매일신문

[종교칼럼] 봄은 가도 꽃은 남는다

어제가 입하(立夏)다. 산길마다 보라색 이쁜 으름꽃이 피어서 산이 향기롭다. 마을에는 물못자리에 모판의 볍씨가 싹이 터 모가 자라고 청보리들은 이삭이 패서 익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이 지나니 마룻바닥에 송홧가루가 극성이다. 청소하고 물을 뿌렸다. 마을 우리밀칼국수 집에서 점심공양 초대가 있었다. 마을에는 온통 가로수마다 이팝나무 흰 꽃이 만발했다. 이팝나무는 흰 쌀밥같이 나뭇가지를 뒤덮으며 피었으니 올해는 풍년이 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팝나무를 '쌀밥나무'라고 불렀다.

내려간 찰나에 대중들은 사전투표까지 마쳤다.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는 자유주의가 본질이다. "자유주의는 가장 높은 형태의 너그러움이다. 그것은 다수가 소수에게 양보하는 권리이고, 그래서 이 행성에 울려퍼진 가장 고귀한 외침이다." 아쉽게도 자유주의는 아직 자연생태계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누려야 할 자유이다.

선택을 당한 사람과 선택당하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된다. 한 사람 한 표의 소중함을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5월은 어디를 봐도 초록 세상이다. 어버이날이 가깝고 카네이션 꽃송이를 그리면 아쉬움이 가슴을 채운다. 5월은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빚지고 있다. 어머니는 우리들의 뿌리이고 나의 전생이다.

수타니파타에 "부모를 섬기고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스럽지 않은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란 구절이 있다. 이처럼 어머니가 있는 가정은 가장 완벽한 성소이다. 어머니는 우리가 받은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 주는 분이다.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스럽지 않은 곳'이란 말처럼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질서가 있는 그곳이 가정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창조력을 가진 이는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부처와 공자, 그리고 모하메드와 간디를 낳았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어머니로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되었다. 이 세상의 어진 어머니들은 백 사람의 교사에 견줄 만한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분도 그 원천을 따진다면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절과 덕성을 길러주고 작은 풀꽃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고 자연의 신비에 마음이 열리도록 이끄는 것도 어머니의 할 일이었다. 가정은 어머니의 훈기로써 삶을 아름답게 가꾸며 가정의 중심이 된다. 집은 아버지가 지키지만 집안은 어머니가 다스린다. 모든 어머니가 훌륭하지만 위대한 어머니가 되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대지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영혼과 함께 성숙한다. 내가 배웠던 것은 모두 어머니에게 받은 유산인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보내며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맞는다. 어머니는 창조자로서 스승이다.

나무들은 봄에 꽃을 피우지만 여름에 자란다. 기온이 높아지고 비가 많은 계절에 무럭무럭 하루가 다르게 자라게 된다. "사람의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이 우리 영혼에는 기도가 필요한 계절이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지금 우리들은 나 자신과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기로에 서 있다. 위정자가 되면 안으로 국민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끊임없이 넘쳐서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봄은 가도 꽃은 남는다.

여름 하안거(夏安居)가 시작된다. 불전에 햇차 한 잔 올렸다.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산중의 일상, 날마다 새롭게 거듭거듭 새로워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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