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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칼럼] 누가 되든 통합 정부다

내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벼락치기 선거이기에 숨 가쁘게 달려왔다. 웃을 후보가 한 명이라면 울고 싶은 후보는 여럿이다. 승리 후보라고 마냥 웃을 수도 없다. 웃고만 있어도 될 정도로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통령 당선자는 이제 '행복해서' 밤을 새울 일이 아니라 '걱정으로' 밤을 새워야 한다.

이번 대통령은 누가 돼도 여소야대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총 299석 중 120석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보다 더 적다. 107석이다. 국민의당은 의석수 40석인 미니정당이다. 그러니 어느 정당 후보가 대권을 쥐더라도 과반수에 턱없이 미달이다.

여소야대는 지도자에게 탄탄대로가 아닌 가시밭길을 예고한다. 승리에 취해 점령군 행세를 하다간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다 바꾸려 들면 하나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국정의 수레바퀴를 그나마 돌릴 수 있다.

과거 현실은 지도자에게 냉혹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권좌에 올랐을 때 한나라당은 151석의 거대 야당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101석을 갖고 있었다. 정치 신인이라 할 노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를 우습게 봤다. 덩치 큰 야당을 청산의 대상쯤으로 여겼다. 사사건건 대립한 것은 물론이다. 이번 조기 대선의 단초를 제공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듣고 설득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 결과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이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경계하는 국민들은 언제나 현명하다.

한반도는 지금 전장이다. 안보'경제'국제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이랄 것이 없다. 리더십이 흔들려 빚어진 현상이다. 국론은 분열돼 있다.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의 정치란 적어도 선거판에선 찾기 어렵다. 오직 '내 편'을 위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 싸움이 있을 뿐이다. 상대 진영을 '궤멸시키겠다', '킬링필드'라는 섬뜩한 말들이 오간다.

국내에서 이토록 다툼이 심하니 국제사회가 비웃는다. 북핵 위기를 두고 미국과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 의사와 관계없이 각축하고 있다. 트럼프와 아베가 정상회담을 하고, 미'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의논한다. 북핵 해법에 주변 강대국의 의중만 반영되고 당사자인 한국은 배제돼 있다. '코리아패싱'이란 말은 모욕적이다. 조선을 젖혀둔 채 조선을 두고 각축하던 구한말 국제 정세의 판박이다. 트럼프는 '사드 청구서'와 '방위비 분담' '한미 FTA 재협상' 등 온갖 카드를 들고 간을 본다. 아베는 분열된 한국을 보며 호시탐탐 독도를 자기들 땅으로 만들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대국굴기를 앞세운 시진핑의 태도는 안하무인에 가깝다.

그런데도 유력 대선 후보들은 대화를 강조한다.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한다. 사드 문제도 중국과 대화로 풀고, 사드 비용 문제도 트럼프와 만나 대화로 풀겠단다. 대선 후에도 국론이 분열돼 있으면 대화에 힘이 실릴 리 없다. 힘이 실리지 않은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상대방 지도자로부터 '순진하다'(naive)는 말만 듣기 딱 좋다.

새 대통령의 첫 과제는 국민통합이어야 한다. 선거 기간 이래저래 갈라진 민심을 모아가는 것이 시작이다. 이를 위해선 통합 정부가 먼저다. 집토끼 몰아 당선됐다고 반쪽 대통령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미 역대 최고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링컨은 자신을 '일리노이의 원숭이'라 욕하던 정적 에드윈 스탠턴을 전시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 최고의 적임자란 이유였다. 스탠턴은 보란 듯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부국이자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나라들도 통합과 타협이 그 시작이었다.

여소야대로 시작하는 제19대 대통령의 첫 일성이 국민 대통합이기를 기대한다. 통합 정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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