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황금연휴에도 인파 북적
앙코르 연주하자 기립박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7일 오후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섰다.
이날 공연이 올해 그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알려지면서 황금연휴에도 공연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3개월 전 표를 거머쥐었던 티켓 전쟁의 승리자들은 기대감을 넘어 행복감까지 내비쳤다.
오후 5시, 환호와 함께 등장한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전반부는 드뷔시의 곡으로 꾸며졌다. 첫 곡은 드뷔시가 자신의 딸을 위해 만든 6개의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정경'이었다. 전날 통영에서 연주했지만 하루 만에 그의 연주는 완전히 달라졌다. 건반을 간질이는 듯한 손놀림에 흐트러졌던 음은 점차 명징해졌다.
두 번째 곡인 '베르가마스크 모음곡'부터는 더욱 안정을 찾았다. 페달링과 적당한 강약 조절로 매끄러운 선율을 선사했다. 모음곡 중 가장 유명한 '달빛'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이끌었다. 전반부 마지막 곡 '기쁨의 섬'을 연주할 때부터는 객석 온도가 바뀌었다. 절정의 기교를 선보인 그의 손끝에서 건반은 하얀 포말이 되어 기쁨으로 변했다.
'쇼팽 이야기꾼' 조성진은 후반부에 쇼팽 발라드 네 곡을 준비했다. 첫 곡에서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점차 쇼팽을 조목조목 해석해 갔다. 2번으로 맑고 부드러운 천상의 목소리와, 분노와 전율이 만들어 내는 대비를 전할 때 그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다. 춤곡 느낌의 3번 발라드를 연주할 때 그의 손가락은 건반과 함께 격정적으로 춤췄고, 그의 귀는 소리에 빨려 들어갈 듯 타건에 집중했다. 다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곡에 이르러 냉정함을 되찾은 듯했지만 이내 격정적인 연주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공연의 백미는 '앙코르'였다. '슈베르트 소나타 13번 2악장',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0번', 차이콥스키의 '10월의 노래' 등 세 곡을 끝내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화답하듯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함께 폴로네이즈상을 안겨준 쇼팽의 '폴로네이즈 6번-영웅'을 연주했다. 자리를 뜨려던 관객들은 마법에 홀린 듯 주저앉았다. 객석에서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환호가 쏟아졌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한 곡 더 하겠다고 하고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 3번-라 캄파넬라'와 쇼팽의 '전주곡 15번-빗방울'을 연주했다. 출구는 앙코르 공연 45분이 끝난 뒤에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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