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선됐지만 오늘부터는 국민의 대통령이다.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민심은 갈가리 찢어졌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네 명의 후보가 저마다 당선을 자신하며 완주한 것도 갈라진 민심에 기댔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상황은 엄중하다. 민심이 다시 갈라지고 찢어져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특정 정당이나 집단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포용'협치로 난국 헤쳐나가는 리더십 필요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민 대통합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여론에 다양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의 사분오열 현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국정 혼돈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서 세대 간'계층 간'지역 간 갈등이 극심하게 분출됐다. 그 후유증으로 우리나라가 토론 불가능한 '닫힌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생기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국민 갈등을 봉합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수 있는 포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지지자들만 의식한 나머지 정치적 상대를 적폐 세력으로 간주해 밀어붙이기'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대혼란이 불가피하고, 경제난'북핵'외교 문제 등으로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

국민 대통합의 첫 열쇠는 문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정권 인수 절차 없이 임기를 바로 시작하는 새 대통령은 관용과 포용, 대타협 시대를 열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정파와 지역, 세대, 계층을 뛰어넘어 국민 역량을 결집하는 정부와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선언도 함께 해야 한다.

인재 널리 쓰고 계파 초월한 '협치' 이뤄야

현재의 정당별 국회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과 새 정권은 야권과의 협의 없이 국정을 원활히 이끌어갈 수가 없다.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협치'가 키워드다. 국회 의석을 보면 '여소야대'에다 '다당제'가 혼합된 구도다. 문 대통령이 속한 더불어민주당 120석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새로운 개혁 법안과 제도를 발의하더라도 여야 합의 없이는 국회 통과가 어렵고 국정 철학을 관철시킬 수도 없다. 만일 여야 대립 국면이 계속된다면 새 총리'장관 임명 동의 절차가 길어지고, 새 대통령이 전 정권 총리'장관과 일을 해야 하는 비정상적 '동거 정부'가 장기화할 수 있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다른 정치 세력과 협력하는 내각 구성과 조직 창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야권과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에 강조해온 '국민 대통합 정부'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정파와 인사를 참여시켜야만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할 수 있다. 진보 정권은 파벌 내 헤게모니 싸움에 익숙하고 중도와 보수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보여왔기에 이번에도 '통합 정부'의 형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넓은 마음으로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다른 정파와 공존하는 '협치'를 이룬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야당도 새 정부가 안착되도록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그릇된 길을 간다면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해야 마땅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떼쓰기, 발목 잡기 같은 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촛불 민심과 태극기 집회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국민의 정치 참여와 관심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은 안중에 없이 정파'계파 이익에 연연하는 정치인들이 발붙일 땅은 점차 없어질 것이다.

한미동맹 다지고 북핵 저지 과제 안아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강대국들의 각축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우리와 상의하려 하지 않고 자기들 맘대로 우리의 운명을 조정하려고 한다. 북핵을 빌미로 한 미국과 중국의 야합, 사드 배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힘든 행동, 일본의 극우 본색 등 무엇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판단력과 결단, 협상력이 중요한 때이다. 북핵은 우리 민족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게 유도하려면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동북아의 '균형자' '조정자' 역할을 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섣불리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내세우다가 미'중'일이 한국을 배제하는 소위 '코리아 패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중국을 맹목적으로 믿고 있다가는 '사드 보복' 같은 유치하고 황당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실리 외교를 해야 한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안보'외교 사안의 경우 국민감정과 배치되거나 자신의 지지층 정서와는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적지 않다. 개인감정이나 정파적 이익보다는 국가 이익이 우선이다. 지지층 반대에도 한'미, 한'EU FTA 협상을 개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혜안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시험대, 경제 회생

경제난 극복도 주요 과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판이 빠르게 닫히면서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게다가 각종 시장 규제로 우리 경제의 효율성은 OECD 국가 가운데 거의 바닥권이다. 2%대에 갇힌 저성장과 10%에 가까운 체감 실업률이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극심한 경제난이 국민 목덜미를 짓누르면서 서민들은 지금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절박하다.

박근혜정부가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동력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경제 체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투자'소비 위축과 소득 양극화, 일자리난 등 난제들이 우리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만약 새 정부가 이른 시일 내 경제 체질을 확 바꾸지 못하거나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민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난 해소와 최저 임금 1만원 인상, 경제 약자의 권익 보호 등 경제 살리기와 공정 경제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과 창업국가 조성 등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이 책임 있는 정책으로 연결되고 경제 회생을 견인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정책을 다듬고 추진해 국민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단지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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