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공사로 사라졌던 잉어떼가 수년 만에 안동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 안동 풍천면 신성리 낙동강 지류에는 때아닌 물보라가 진풍경을 이뤘다. 이날 오전 8시쯤 수심 30㎝가량의 얕은 개울 곳곳에서는 통통하게 배가 부푼 수십 마리의 잉어떼가 산란을 위해 격렬하게 움직였다. 지난주부터 이곳에 나타난 잉어떼는 암컷 한 마리당 서너 마리의 수컷들이 달라붙어 자갈을 뒤집어 가며 산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소 깊은 물에 사는 잉어는 산란철에는 수온이 높고 알이 잘 붙을 수 있는 얕은 수초지대를 찾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곳 신성리 일대는 예부터 물이 따뜻하고 수심이 깊은 곳부터 얕은 곳까지 천혜의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어종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매년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는 잉어떼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4대강 사업 일환으로 하천공사를 하면서 바닥 평탄화 작업을 하고 보를 쌓는 바람에 수중생물이 숨거나 산란할 장소가 사라졌었다. 생태환경이 변하자 산란철이면 해마다 이곳을 찾던 잉어떼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수년간 물에 쓸려온 자갈과 모래로 새롭게 모래톱이 생성되는 등 이전의 생태환경으로 복원되면서 잉어떼가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이정호 연구사는 "잉어는 4월부터 6월까지 수온이 18℃ 정도인 이른 새벽부터 아침까지 산란을 한다"며 "정착성을 가진 민물 어종이기 때문에 잉어가 늘어났다는 것은 수질 등 주변 생태환경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잉어떼의 방문에 덩달아 인근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매년 잉어떼가 올 시기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낚싯대를 드리우며 마을이 잔치 분위기였지만, 한동안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이 고향인 김호범(29) 씨는 "할머니를 뵙고자 고향에 왔다가 재물과 명예를 상징하는 잉어를 직접 잡기까지 해서 올 한 해는 행운이 가득할 것 같다"며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내 자식들도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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