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눈깔이가 삣다

천제에 우리 딸년이

저런 뻘럭꾸이 겉은 늠을

쫄래쫄래 따라 댕길끼라고

누가 알았겠노

눈깔이가 삣제!

(시집 『개살이 똑똑 듣는다』 오성문화 2015)

*천제에: 천지에. 대개 문장의 서두에 이 말을 쓸 때는 뒤에 나오는 글귀의 의미를 크게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예) 세상 천지에도 이런 일은 없네!

*뻘럭꾸이: 놈팡이

원래 '삐다'는 '허리가 삐었다' '다리가 삐었다' 등과 같이 뼈가 서로 어긋남을 말하는데 대개 젊은 남녀 사이에 서로 사랑을 하게 될 때 상대방의 단점을 보지 못하는 소위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에도 이런 함의(含意)가 있으니 경상도에서 쓰는 '눈이 삣다'라는 말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원래 눈이란 구조적으로 뼈처럼 '삘' 수가 없는 조직의 하나인데 '삐었다'라는 말을 당겨 씀으로써 어긋남의 의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이 삣다' 라는 말을 완전하게 영어로나 외국어로 번역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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