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큰 힘 vs 큰 책임

미국 영화 '스파이더맨'(2002)에는 명대사가 나온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주인공 피터의 숙부가 죽으면서 남긴 당부다. 피터는 유전자 변이 거미에 물린 뒤 슈퍼 파워를 갖게 됐지만 그냥 동네 철부지에 불과했다. 그런 피터에게 숙부의 유언은 노선사가 제자를 깨달음의 초입으로 이끄는 할(喝)과 같았다. 이 말을 계기로 피터는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다.

권력(Power)은 부'명예와 함께 인간이 지닌 3대 정신적 욕망 중 하나로 꼽힌다. 권력욕이 사람들을 불나방처럼 불에 뛰어들게 만드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권력은 무엇이길래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일까. 사전적 정의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으로 되어 있다.

스위스 근대문학사학자인 부르크 하르트는 "권력은 어떠한 자가 행사한다 해도 그 자체가 악"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권력은 선(善)도, 악(惡)도 아니다. 행사하는 사람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따라 좋은 결과나 나쁜 결과를 만들 뿐이다. 같은 물이더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생기지만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혹자는 권력을 '처벌받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처벌받는다면 그에게 권력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에게는 권한(Authority)이 있었을 뿐이다. 권력과 권한은 다르다. 권한은 법과 제도에 의해 제한되고 시효가 있는 자격을 일컫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에게만 존재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 2항)는 조항이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많은 정치인들이 이 단순한 진리를 망각하거나 외면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권한일 뿐인데도 '권력질'을 하고, 사심의 도구로 권력을 휘두른다. 그런 정치인들의 끝은 늘 비참했다. 정부 수립 이후 최근까지 역사는 그런 엄중한 진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혼돈과 격동의 시기에 대한민국호를 이끌어야 할 엄중한 책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깊이 인지하고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아마도 그는 임기 내내 단 하루도 고뇌에서 자유로울 날이 없을지도 모른다. 큰 힘과 큰 책임이 있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주기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