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정치권, 변해야 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TK 정치권에 대한 자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민들은 TK 정치권이 그동안 '묻지마' 표심에 기대 안주하면서 지역발전과 정치적 위상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웰빙 정치인'으로 전락한 데 대해 자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TK는 개혁'진보 정권일 때도 보수 정당 총선 및 단체장 후보들에게 몰표를 주는 바람에 '보수 정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며 후보들이 공천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고착화시켰다. 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면서 지역 정치권은 수십 년 동안 자생력을 제대로 키워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는 대구경북민들의 표심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성향의 김부겸(대구 수성갑)'홍의락 국회의원(대구 북을)을 대구에서 당선시켰고, 이번 대선에서도 자유한국당에 이전과 달리 50%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보냄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가만히 앉아서 표를 받아먹는' 지역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표가 흩어진 것은 전통적 지지층인 TK에서 한국당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이 TK에서 압승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여당이 된 민주당의 김부겸'홍의락 의원과 한국당'바른정당 등 지역 야당 의원들의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비록 소수이지만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과 다수 야당이 된 한국당 의원들, 그리고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주호영 원내대표가 지역현안과 발전방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면서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준엄한 요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정당이라는 3당 소속 정치인이 골고루 포진한 만큼 정치적 다양성을 발판으로 대선 이후 힘을 합쳐 TK의 정치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공천 바라기'로 허약한 체질이 관성화된 지역 정치권이 자생력을 기르고 정치적 위상을 높여 지역의 정치 지도자는 물론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당면과제도 안게 됐다.
한편 대구경북민의 절반 이상이 '텃밭 정당'인 한국당에 등을 돌린 이번 선거를 통해 TK에도 정치적 다양성이 싹틀 수 있는 희망과 함께 지역 정치인 또는 정치 지망생들이 정치적 다양성 속에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정치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학자들은 이번 대선이 '꼴통 보수' '수구 보수'라는 오명을 썼던 TK가 연고 정당인 한국당을 심판한 선거이면서도 지역 정치인들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된 선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는 탄핵 정국 직후 치러진 선거로 보수 정권 심판론이 강했고, 5명의 후보가 경쟁한 다자 구도였기 때문에 한국당 후보가 TK에서 몰표를 가져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당 후보라고 하면 무조건 표를 몰아줬던 TK에서 홍준표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을 투표로 심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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