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007년 9월 영국 런던 템스강 남쪽 사우스뱅크 일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도시재생의 해외 선진 사례를 취재하는 일정이었다. 사우스뱅크 일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과 창고, 항만시설이 밀집하면서 전성기를 맞았지만 1970년대 영국의 산업구조가 금융과 관광으로 재편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까지 슬럼화로 몸살을 앓았던 사우스뱅크 구도심은 2000년대 전후 밀레니엄 프로젝트라 불리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옛 화력발전소가 세계적인 현대미술관(테이트모던)으로 변신했고 사우스뱅크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높이 135m, 둘레 424m의 세계 최대 회전 관람차(런던아이)가 들어섰다. 투박한 외관과 잿빛 벽돌 속에 연출한 테이트모던의 이색 전시 공간, 거대한 바퀴에서 뿜어지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고풍스러운 주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런던아이 야경 등 당시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일대에는 카페와 상점, 박물관과 갤러리 등이 속속 밀집하면서 불과 수년 만에 슬럼가 이미지를 씻어내고 런던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불현듯 10년 전 사우스뱅크가 다시 떠오른 건 10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공약을 통해 한국 부동산 정책의 새 패러다임으로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제안했다. 이른바 한국발(發) 도시재생 혁명이다.
도시재생은 유럽 등 선진국이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자 도입한 개념이다. 문재인표 도시재생은 여기에 더해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 천편일률적 '전면 철거 후 재개발'재건축'이 아니라 지역이나 건물이 가지는 역사'문화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식을 표방한다.
이 같은 도시재생 뉴딜 정책 재원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달동네 등 총 500여 개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리는데 모두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연간 1천500억원 정도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매년 10조원대 공적 재원을 투입해 5년간 100여 개씩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공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또다시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도시재생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는 점이다. 도심 외곽의 대규모 택지 개발이나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은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다. 특히 지방도시 입장에서는 지역 건설 업체를 통한 구도심 재생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도시재생의 영역은 주택뿐 아니라 SOC 등 도시 기반시설, 산업단지 등에 걸쳐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또한 원도심, 공단, 주택단지 등 도시 전반에 걸친 맞춤형'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 지원을 내걸고 있다.
결국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구 실정에 맞는 도시재생 정책을 개발하고 현실화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 천문학적 재정 지원을 약속한 문재인정부 출범을 맞아 지방정부와 산'학'연 상생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대구 도시재생은 런던 사우스뱅크 등 선진국 사례처럼 단순한 구도심 살리기를 떠나 도시 브랜드, 도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당장 대구에는 서대구 KTX 역세권, 경북도청 이전터, 동대구 역세권과 서대구공단, 염색산업단지, 3공단 등 도시재생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사업지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슬럼화에 직면한 대구의 낡은 구도심이 문재인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거, 문화, 상업이 어우러진 랜드마크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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