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TK 정치적 성향에 대한 SNS상의 비이성적 혐오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 보수 성향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절반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1위를 기록하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대구'경북 전체를 비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사람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혐오글이 대거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특정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이 자신들의 지지 성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구'경북은 보수의 표밭임이 확인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45.36%, 48.6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 전국적으로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홍 후보가 국정 혼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정당의 후보이고 돼지발정제'막말 논란 등을 일으켰다는 점을 이유로 온라인에서는 대구'경북 사람들에 대한 비난글이 넘쳐나고 있다.

개중에는 TK의 선택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도 있지만 '투표권을 박탈하라' '대구'경북 아예 독립시켜라' 'TK는 쓰레기' 등 과격한 표현이나 지역감정 조장성 글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사업장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구'경북 출신은 면접조차 안 보겠다'는 등 지역 차별성 글도 있다. 이러다가는 외지에서 대구'경북 출신임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꺼려지겠다 싶을 정도다.

물론,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식' 지지는 바람직하지 않고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최근 몇 년 새 야당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입성시켰고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 후보가 과반 득표율 달성에 실패했다. 이는 전에 없던 일로서 정치적 지형도 다양성 면에서 대구'경북사람들도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나라에서 표 쏠림은 논란거리일지언정 매도의 대상일 수 없다. 자유로운 지지 표현 및 정치적 선택이야말로 민주주의 최고의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한 유권자들을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성숙된 시민 의식이다. 대구'경북에 대한 비이성적 비하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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