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門 연 文

청와대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날인 10일에는 북적거린다는 표현을 넘어서 인산인해였다.

닫혀 있던 춘추관(청와대 프레스센터) 내부 곳곳의 문은 일제히 활짝 열렸고, 그 문으로 수많은 취재진이 오고 간다. 춘추관 내 식당은 손님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브리핑이 있을 때만 열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도 활짝 개방할 방침이라고 했다. 기자들이 이 공간도 취재 공간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춘추관 분위기만 봐도 국회 프레스센터인 정론관처럼 하루종일 사람이 오가는 기자실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첫 기자회견에서 총리'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인사 발표를 직접 했다. 비서가 건네주는 자료가 아니라 대통령 본인이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낸 뒤 자료를 들고 직접 설명했다.

기자들의 일문일답을 직접 받지 않아 아쉽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불만을 터뜨리는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의 일정을 모두 공개한 덕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엔 사의를 표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찬 회동을 했고 기자회견 직후엔 일자리 관련 1호 업무 지시가 예정돼 있었다. 빡빡한 일정이라 취재진의 일문일답은 기자들이 봐도 무리였다.

온라인 취재의 문(門)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활짝 개방됐고, 하루 종일 열려 있다.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카톡방을 만들어 친절하게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정부터 보도자료 등을 이 카톡방을 통해 제공하고 있고, 기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물으면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 기간 '입' 역할을 해왔던 권혁기 춘추관장(보도지원비서관) 등이 24시간 친절하게 응답하는 중이다.

열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주도했다.

그는 첫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말하겠다"고 밝혔다. 비서실장 인선 배경을 얘기할 때도 격의없는 청와대를 만들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을 뽑았다고 했다. 청와대를 떠나 광화문으로 나가겠다는 공약도 정말 실천하겠다고 취임 첫날 재확인했다.

대한민국은 참모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얘기했던 '인터폰 대통령'의 비극을 체험했다.

닫힌 문이 초래한 결과를 국민들은 목격했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터. 문(門)을 연 문 대통령이 이 나라를 변화의 문(門)으로까지 인도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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