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대구경북(TK) 정권 그늘에, 싹 틔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박근혜'라는 1인 보스에 전적으로 기대왔던 TK가 탄핵과 촛불 민심의 발로로 빚어진 개혁'진보 정권 탄생에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비록 조금은 더뎠지만, 지난해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포착된 변화의 움직임을 동력 삼아 이참에 처절한 반성문을 쓰고 미래를 향해 자생력을 키우는 등의 체질 개선에 나서자는 의미 있는 울림도 퍼지고 있다.
지난 보수 정권의 온실 속에 TK의 체질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원하는 것을 찾는 노력 대신, 정권 높은 자리에 'SOS'를 보내면 됐다. 정치권도, 지방자치단체도 정권의 힘에 기댔고, 그러는 새 '샤이 TK'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가 돼 버렸다.
TK는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두 정권 탄생의 주역으로 자부심을 한껏 드높였으나 중앙에서의 경쟁력과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고 자생력을 퇴보시킨 채 인재 발굴 등 미래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정치는 탄핵 정국을 계기로 찢겨 사분오열됐고, 행정은 그런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지난 2월, 대구시와 정치권이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둘로 쪼개져 진행됐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 화마를 덮어쓴 서문시장 재건축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이 테이블에 놓였으나,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무소속 의원들과 함께하기를 거부했다.
애써 싹을 틔운 정치 다양성은 '무리'의 힘에 짓밟혔고 지역 현안 해결 노력은 반쪽짜리가 됐다.
국회 예산안 처리 시즌 때면 지자체의 '공짜 버릇'도 도마 위에 오른다.
예산 확보는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한 해 살림살이는 물론 백년대계를 향한 밑거름을 뿌리는 막중한 일임에도 예산철 국회, 중앙부처 관계자의 입에서는 "절박함이 없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사업의 합당성을 알리고, 예산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보다는 정권의 힘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습성이 배어버린 것이다.
이승천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충북, 전남 등 각 시도 단체장과 관계자들은 국회의장실에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지만 유독 대구경북만은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지역구 의원들에게만 짐을 지우다 안 되면 포기해 버리는 공무원의 인식은 지역민들에 대한 책임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TK 단체장과 예산 관계자들은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의 여야 의원들과 함께 각 상임위 전문위원들이 의장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예상대로 새 정권의 주요 보직 인선과 하마평에 TK 인사 등판론은 들리지 않는다.
TK 출신 중앙부처 고위 관계자는 "정권 교체로 인한 소외감은 당장 청와대와 각 부처 장'차관 등의 인사 배제로 두드러질 것이고, 이는 지역 사업의 차질 또는 발전에 돌부리로 작용해 TK로서는 상당 기간 상대적 박탈감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의 논리 개발과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해졌다"고 했다.
통합 대구공항 육성, 첨단의료복합단지, 물산업, 대구~광주 철도, 전기차 등 굵직한 지역 사업들이 새 정권의 손안에 맡겨져 있고 TK 정치권도 바람막이도, 뒤를 봐줄 보스도 조력자도 없는 거친 온실 밖 환경에 내던져졌다.
곽대훈 국회의원은 "민심이 TK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 시대 흐름을 거슬러서는 발전할 수 없다. 스스로 나아가려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지역 현안은 정치권과 지자체가 두 손을 잡고 물고 늘어져 해결하고야 만다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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