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안갤러리 'PAINTING'전

회화의 종말 선언, 정면에 맞서 반박

조나스 우드 작
조나스 우드 작 'Robin and I'

전통적 붓질의 언어 고집

강렬한 회화 작품 선보여

회화는 외부 대상의 형상이나 기타 이미지를 빌려 내적인 의미를 평면 위에 표현하는 예술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설치미술과 뉴 미디어 아트는 회화를 낡고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며 종말을 예고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붓질의 언어로서 회화를 고집하고 있다.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PAINTING'전에는 회화의 종말 선언을 정면으로 마주한 신경철, 카틴카 램프, 리사 루이터, 조나스 우드, 빌헬름 사스날 등 9명의 회화 작품 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회화 작가들이 운명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회화의 재현적 본질과 계속해서 제기되는 그 한계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2016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신경철 작가의 풍경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과 풍경 이미지를 그려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화면에서 풍경성은 배제되며 오히려 회화성이 강조된다. 내용이 형식이 되고, 형식이 곧 주제가 되는 신 작가의 회화는 그려진 이미지와 남겨진 경계,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작가의 의도마저 모두 하나의 직조된 회화로 완성된다.

그만의 독특한 회화적 방법론을 통해 구상과 추상, 재현적 회화와 비재현적 회화에 대한 이분법을 모호하게 넘나들며 회화의 방법론적 실험을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상적인 동시에 추상적인 요소를 갖춘 네덜란드 출신의 카틴카 램프의 회화는 주제나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관계 맺기를 하나의 화면 속에 표현하고 있다.

심리학과 미술을 전공한 조나스 우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의 풍경과 대상을 밝고 명쾌한 컬러와 빽빽한 패턴으로 표현한다. 큐비즘과 팝 아트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의 회화와 판화 작업은 마치 그래픽 이미지와 같이 단순하고 납작하게 보이지만 독특한 깊이감을 자아내고 있다. 작품 속의 압축된 공간은 텔레비전 화면이나 벽에 걸려 있는 액자처럼 그림 안에 또 다른 그림이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미술과 사진을 공부한 앤디 덴즐러는 사진이나 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흐릿하게 변형해 마치 TV 화면을 순간 정지시켰을 때 볼 수 있는 흔들리거나 일그러진 이미지와 같이 표현한다. 거칠고 흐릿하게 왜곡된 이미지, 두꺼운 재료를 이용한 추상, 붉은 계열과 무채색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화면에는 작가 특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6월 20일(화)까지.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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