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영덕의 달갑잖은 유명세

최근에서야 고속도로가 뚫린 오지 영덕이 최근 대선 과정에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에 이름이 일제히 오르내렸다. 3명의 공무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것 때문이었다.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공무원이 전국에 5명인데 2명이 경남도 공무원이고 3명이 경북 영덕군 공무원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지역 국회의원 배우자와 군수 배우자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려고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방문할 때 일정을 조정하고, 주민들의 참석을 독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영덕군민들과 외부인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영덕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성은 "재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다가 걸렸나?"라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 4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영덕 같은 곳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설사 불법이었더라도 이를 선관위에 일러 바치면(?) 배신자가 되기 때문에 걸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영덕 바깥의 사람들은 "간 큰 공무원들이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요즘도 이런 일이 있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이 수년 전부터 강화돼 공소시효는 10년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무조건 퇴출되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이번에 고발된 영덕 공무원들이 이런 고초(?)를 겪게 된 것은 그들이 공무원으로서의 근본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나 취임사에서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국민의 눈높이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새 정부의 출범에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74.8%가 "문 대통령이 잘할 것"이라고 답해 그를 찍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기원과 기대가 큰 모양이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정치의 근본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백성(民)이란다. 목민심서를 연구한 충남대 행정대학원 석사 논문은 가장 높은 용어 빈도 순으로 백성(民)이 19.2% 164회, 당연(宜)이 17.6% 151회, 수령(牧)이 14.1%인 121회, 아전(吏)이 7.7%인 66회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임금(君)은 2.2%인 19회에 불과했다. 공무원들이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윗사람을 바라보다 보면 눈이 흐려지고 길을 잃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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