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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총리 구현'이 공론(空論)이 되지 않으려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최대의 관심은 '책임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냐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는 15일 "새 총리는 의전 또는 방탄 총리가 아니라 강한 책임 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총리가 돼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을 통해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책임총리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총리제의 구현인지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상적인 국정 운영은 책임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담당하고, 총리와 장관이 하나의 팀으로 공동 책임을 지는 '연대책임제'를 구현하겠다고 했지만 요령부득인 것은 마찬가지다. 무엇이 일상적인 국정 운영이며, 무엇이 '연대책임'인지, 그 책임은 어떻게 진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총리는 법적 개념도, 정치적으로 확립된 개념도 아니다"는 이 후보자의 말대로 무엇이 책임총리인지부터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총리제 논의는 공론(空論)일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가 말한 "강한 책임 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총리"라는 규정도 마찬가지다. 설명해야 할 것을 설명으로 제시하는 순환논법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하의 '책임총리'를 적극적으로 규정한다면 '국정 운영 권한을 대통령과 공유하는 총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 총리는 국무위원 제청 및 해임 건의권을 가질 뿐이며, 내각의 통할도 대통령의 명을 받아 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해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총리가 자신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책임총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 의지의 실현 여부는 대통령의 뜻에 달렸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 결국 책임총리제의 구현은 헌법이 규정한 총리의 권한을 법률로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일정 한도의 범위에서나마 총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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