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버스회사의 기사 뒷돈 채용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브로커가 취직을 대가로 구직자로부터 수백~수천만원을 받아 일부를 떼고 버스회사와 노조에 건네던 과거 악습이 되살아난 것이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15일 시내버스 운전기사 채용 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브로커, 버스회사 직원, 돈을 건넨 버스기사 등 8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채용 알선 명목으로 기사 B씨로부터 900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700만원을 버스회사 직원 C씨에게 건넸다. C씨는 노조 간부에게 추천 권한을 행사토록 해 B씨 채용을 도왔다.
경찰은 또 50만원을 받고 취업에 필요한 운전경력증명서를 허위로 만들어준 혐의로 D씨 등 4명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채용 비리가 조직적으로 이뤄져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7일 버스기사 취업 알선을 미끼로 4명으로부터 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구 한 버스회사의 전직 노조 간부 E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자신이 노조 간부로 있는 회사에 추천하면 기사로 취직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돈만 빼앗기고 실제 채용은 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내버스 기사들은 이 같은 뒷돈 채용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한 현직 기사는 "기사 1명 채용에 2천만원의 뒷돈을 줘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금액은 2011년과 2015년 대구에서 버스기사 뒷돈 채용 사건이 터졌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통장 계좌로 뒷돈을 입금했는데 요즘은 5만원권 현금을 가방에 담아 몰래 주고받는다. 뒷돈은 사측과 노조의 일부 구성원이 7대 3이나 8대 2 비율로 나눠 갖는다"고 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 역시 "과거에 활동했던 브로커 상당수가 지금도 현장을 맴돈다"며 "버스업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업체에 인맥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버스업계는 기사 채용 구조가 불투명한 탓에 뒷돈 채용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버스회사마다 채용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인사 없이 사측과 노조 구성원으로만 구성된 곳이 적지 않아서다. 외부인사가 채용 심사에 참여하더라도 한두 명에 불과해 사측과 노조가 결탁하면 유명무실하다는 게 버스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처럼 준공영제로 운용되는 부산시의 버스기사 채용 개선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뒷돈 채용이 만연했던 부산은 지난 3월 업체의 채용계획서 제출부터 공고, 서류전형, 인성검사, 면접 등 채용 절차를 완전히 공개했다. 아울러 시민단체, 교수, 노무사 등 다양한 외부인사를 채용심사위원회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조합 차원에서 다양한 외부인사로 면접위원진을 구성해 모든 업체의 채용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부산처럼 채용 절차를 대폭 다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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