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4월 17일 기소된 이래 36일 만이다. 재판은 3시간 만에 끝났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씨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는 한편, 권력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배제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출연금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는 동기가 없고 △최씨와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증거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SK·롯데그룹 측에 대한 뇌물 요구, '블랙리스트' 지시, 문체부 공무원 사직 지시,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혐의 등도 자신이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관련자 153명의 진술조서를 전부 증거로 쓰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증인신문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는 취지다.
40년 지기로 8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이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면만을 응시하며 최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최씨는 "40여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울먹이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검찰이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특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데다 1심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히 심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9일부터는 매주 월·화요일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한 증인신문이 열린다. 이 자리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모두 출석할 예정이다. 또 수요일이나 목요일 중 최소 하루 이상은 재단 출연 등 직권남용 사건의 서류증거를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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