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직업은 한마디로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 직업 분류에 익숙한 기자에게 난감한 일이다. 사회는 변화무쌍, 복잡다단하다. 누구의 직업을 콕 찍어 설명하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겠다.
파워블로거 전문양(48) 씨. 푸드칼럼니스트, 푸드디렉터, 외식컨설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강사, 창업강사, 의류패션 전문가 등이 전 씨에게 따라붙는 직업군이다. 지난해 강의만으로 번 돈이 8천만원에 이른다. 컨설팅 의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씨는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된 토대는 취미인 블로그 활동"이라고 했다.
-원래 전공은 의류패션 분야 아닌가? 일본 유학까지 했다고 들었다.
▶영남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교수가 되고 싶었다. 결혼 후 남편과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문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전공은 의류패션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한국패션센터에서 연구개발팀장을 맡았다. 임금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신분도 불안정했다. 5년쯤 근무하고 사표를 썼다.
아동복 수입업체를 차렸다. 매장도 함께 운영했다. 2년 정도 했는데, 돈도 좀 벌었다. 그러나 한계가 왔다. 아동복은 치수가 다양해 재고 부담이 많았다. 사전에 이를 잘 모르고 뛰어들었다.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어느 날, 대구의 한 잡지사 편집장이 내게 칼럼 기고를 부탁했다. 주제는 맛집과 여행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이후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우연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맛집 코너를 발견했다. 거기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2009년쯤 '모모짱 블로그'를 만들었다. ('모모'는 일본어로 복숭아를 뜻한다. 전 씨는 어릴 때부터 복숭아를 좋아해서 '모모'를 블로그 닉네임으로 사용했다.) 노포(老鋪'오래된 가게)와 최신풍의 식당까지 엄선해서 소개했다. 입맛 까다롭고, 스타일에 민감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블로거지'(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고 홍보성 글을 올리는 블로거를 말함)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블로거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있다.
▶'블로거지'라는 말은 한물갔다. 요즘은 '일진 블로거'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여러 명이 떼 지어 다니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블로거들을 일컫는다.
상업적 블로그들도 생겼다. SNS를 운영하면서 홍보대행을 하는 업체들이다. 대부분 음식점 주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고객들이다. 이 업체들은 30만 명 정도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1회 홍보 비용이 70만~80만원에 이른다. 상업적인 정보가 많다 보니, 시민들 스스로 '좋은 정보'를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로컬푸드파티, 김장파티 등 재미있는 먹거리 행사를 여러 번 기획했다.
▶로컬푸드와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 뉴욕 유니온스퀘어의 그린마켓, 일본 아오야마의 플리마켓처럼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
물론 국내에서도 도농 직거래 장터가 많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세련되지 못하다. 또 젊은 소비자가 원하는 2차 가공품의 상품 구성이 허술하다. 농어촌의 생산자가 도시 소비자의 밥상 트렌드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 전문가가 필요하다.
-외식 컨설팅에는 어떻게 뛰어들었나?
▶7년 전이다. 큰딸 과외 선생님이 고민을 털어놨다. 남편이 돼지고기 구이 식당을 차리려고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주먹구구식이었다. 소곱창 돌판구이로 종목을 바꿀 것을 권했다. 일은 힘들지만 장래성 있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식당 이름도 지어줬다. 그렇게 문을 연 식당은 지금까지 장사를 잘하고 있다. 컨설팅에 대한 답례로 받은 것은 사과주스 한 박스.
그 일 이후, 외식 컨설팅은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2년 ㈜모짱을 만들었다. 브랜드 및 메뉴 개발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홍보기획까지 맡아 하는 업체이다.
특색 없는 일식집을 초밥전문집으로 리모델링해서 성공시켰다. 또 치킨 프랜차이즈에 '문어치킨'(문어 튀김을 곁들인 치킨)이란 신메뉴를 개발해주기도 했다.
-외식업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음식점 주인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잘나가던 음식점도 몇 년 지나면, 인테리어를 고치고 메뉴를 개편한다. 심지어 전체 콘셉트를 바꾸기도 한다. 몇 달에 한 번씩 대구 동성로에 가보면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실감할 것이다.
맛, 상권, 서비스가 음식점 성공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나는 여기에 타이밍, 용도, 차별화를 덧붙인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으면서 변화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타이밍)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입는 옷이 다르듯이 용도에 맞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용도) 그리고 그 식당만의 특별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릇 하나, 소스 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차별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구 맛집 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 대구의 음식 맛에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음식점 주인은 음식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오래되고 유명한 음식점들은 지향하는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당이 드물다. 전통의 맛을 지켜가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는 뒤처진 부분이 많다. 음식점들이 트렌드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서울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수준이다. 그것도 시차가 크다. 이렇게 해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서울은 물론 '먹거리 천국'이라는 일본, 태국 등지에서 다양한 맛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맛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람의 입맛이 바뀐다. 120년 된 일본의 한 우동집은 지금도 면발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의 요리법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식재료 선택도 중요하다. 어떤 소금을 쓰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고춧가루, 간장도 마찬가지다.
대구 음식은 맵고 짜다고 인식돼 있다. 단맛을 적게 쓰기 때문이다. 단맛을 적당히 더하면 맛있는 매운맛을 낼 수 있다. 또한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연구해야 한다.
-사람들은 왜 맛집과 음식에 열광하나.
▶맛있는 음식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맛집 탐방은 손쉬운 여가활동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행을 갈 때 미리 맛집을 골라두는 것이 문화가 됐다. 여기에는 SNS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여행을 좋아한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여덟 번 했다. 뉴욕에서 20일, 태국에서 8일을 보냈다. 자주 가는 곳은 일본이다. 유학을 한 곳이라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든다. 일본에 가면 백화점 식품관과 서점에 꼭 간다. 음식에 대한 정보가 많고 사업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
-자신의 소울푸드(soul food)는 무엇이냐, 요리는 잘하나?
▶나의 소울푸드는 평양식 만둣국이다. 평양이 고향인 할머니가 만드신 만둣국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만두에는 고기, 숙주나물, 배추가 듬뿍 들었다.
요리는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맛을 보여주겠다.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음식 솜씨를 물려받았다. 아이들이 아프거나 힘들어할 때는 전복곰탕을 만들어준다. 내 아이들의 소울푸드는 아마 전복곰탕일 것이다.
◇모모짱 블로그는?…하루에 평균 3천∼4천명 방문, 가본 식당 정보 솔직하게 올려
모모짱 블로그(http://momozzang31.blog.me/)에 소개된 음식점은 뜬다는 말이 있다. 이 블로그는 맛집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하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블로그이기도 하다. 신뢰할 만한 맛집 정보들이 실려 있다.
이 블로그는 2009년 개설됐다. 현재 저장된 게시물은 3천여 개. 누적 방문 수는 700만 회이다. 구독자는 8천475명이다. 하루에 평균 3천~4천 명이 방문한다.
운영자 전문양 씨는 어떤 기준으로 음식점을 소개할까?
전 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식당 주인이나 요리사도 있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글을 쓰기 때문이다. 모모짱 블로그는 식당 홍보용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문한 식당을 모두 포스팅(게시) 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신뢰를 원칙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내가 올린 정보를 믿고 식당을 방문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전 씨에게 블로그 활동은 취미이며, 힐링 수단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벌지만,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데 상당한 금액을 지출한다"며 "팬들이 많이 생기면서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 맛집뿐만 아니라, 좋은 먹거리 정보를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블로그에는 '장보기' 코너가 있다. 식자재 구입 요령부터 요리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전 씨는 생생한 정보를 얻기 위해 틈날 때마다 서문시장, 칠성시장, 달성공원 앞 새벽시장, 포항 죽도시장 등을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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