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람 쓰는 법

역경(易經)에 "나라를 열고 집안을 잇는 데 소인(小人)을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예로부터 통치행위 가운데 인사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양 고전 중에 통치자가 어떤 신하를 쓸지, 즉 인사(人事)의 방법을 다룬 책이 너무나 많다. 이 책들은 어떤 신하를 쓰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을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충신과 간신의 구별법을 지겨울 정도로 상세하게 써놓았다. 책에서 수천 년간 축적된 역사적 경험은 '국가의 흥망이 사람 쓰는 데에 달려 있음'을 증명한다.

전국시대 말기 '제왕학'을 탄생시킨 한비자(韓非子)는 사람을 알고 쓰는 방법을 가장 중시했다. "군주가 환난을 당하게 되는 까닭은 남을 너무 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너무 믿어 버리면 그에 의해 지배받게 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가 이를 증명한다. 여씨춘추 '논인'(論人)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은 지능이 모두 다르며, 똑똑하고 못나고의 차이도 뚜렷하다. 모두가 교묘한 자기변명의 말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이것이 바로 못난 군주가 혼란스러워지는 까닭이다."

얼마 전 출간된 강준만'김환표의 '약탈 정치'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출범 당시의 인사정책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 15명의 재산은 부동산 평균 25억6천만원, 금융자산 11억3천만원이었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에 강남 부동산 부자였다." "2013년 박근혜정부 초대장관 후보자 15명과 청와대 참모진은 절반 이상 낙마 대상자였다. 김용준 씨부터 4년 동안 국무총리 후보자 3명이 자진 사퇴했고, 김기춘 씨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할 정도로 인사가 엉망이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물밑에서 비선과 측근들이 온갖 부패를 자행하면서 '끼리끼리 뜯어 먹자판'을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파격'과 '탕평'에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인사 30명 가운데 호남 출신 8명, 비(非)서울 대학 출신 4명, 여성 3명이었다. 측근 배치를 최소화했으며 경쟁자의 참모라도 필요하면 쓰고 '흙수저' 출신과 여성 발탁 등이 흥미롭다. 문 대통령의 국무 수행 지지율이 81.6%로 고공행진하는 것도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스타일 덕분이다. '사람 쓰는 것' 하나만 보면 새 정부 출발은 아주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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