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기약수터, 공원 조성 보람" 권용오 청송군 재무과장 다음달 명퇴

환경부 끈질긴 설득으로 해결…일처리 빠르고 원리원칙 적용

"마지막 한 달 남았습니다. 잘 정리해서 후임에게 전달해야죠."

권용오(59) 청송군 재무과장은 다음 달 30일 명예퇴직한다. 어릴 적 호적이 1년 늦게 신고돼 내년이 정년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1년 먼저 공직을 떠난다. 보통 공무원 정년이 한 달 정도 남았다면 그동안 쓰지 않았던 휴가를 쓰며 쉴 법도 한데 권 과장은 마지막 날까지 근무할 작정이다.

권 과장은 "내 정년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곧 의회 정례회가 열리는데 살림사는 과장이 빠지면 안 된다"며 "끝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1981년 육군 하사로 제대하고 나서 1982년 청송군 지방행정서기보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공직 초년시절 이외에는 주로 본청의 기획'재무'내무'총무 등 군정 살림을 주로 맡았다. 일머리를 빨리 파악하고 게으름 없이 원리원칙대로 일하는 그의 성격 덕에 핵심부서 일은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재무과장으로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했을 때가 지난 2006~2010년 지역개발'관광개발담당으로 일했던 때를 꼽았다.

당시에는 청송 달기약수터가 주왕산국립공원에 속해 어떠한 개발행위도 할 수 없었다. 풀 한 포기, 자갈 하나라도 옮기거나 변경하려면 환경부 심의를 거쳐야 했었는데 국립공원법이 워낙 엄격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 이 때문에 달기약수터 입구에는 개발되지 않은 공터가 많았는데 이곳에 관광객들이 드나들면서 각종 오물과 쓰레기를 버려 골칫거리였던 것이다. 당시 담당 계장으로서 환경부를 수십 차례 방문해 관계자들을 설득, 지금의 달기약수터 공원을 조성하게 됐다.

그는 "그 공원 덕분에 지금도 달기약수터에 가면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며 "청정 이미지의 청송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었고 지금은 주민'관광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공무원 퇴직 후에도 남들과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바로 영어 공부다. 그는 "도 본청이나 중앙부처로 전입할 때 치는 시험을 소양고사라고 하는데 젊을 때는 그 시험의 영어문제를 낼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며 "젊은 시절 기분으로 영어도 다시 보고 이를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기자에게 권 과장은 "사랑하는 가족, 특히 아내에게 공무원이란 이유로 제약을 많이 했는데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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