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축소 및 탈원전을 약속함에 따라 원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전에는 정부와 한수원이 노후원전에 대한 효율성을 감안해 계속운전을 고집했지만 새 정부는 안전을 고려해 가동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당장 계속운전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에 들어가 있는 월성1호기가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폐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다 다음 달 18일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에 들어가면 폐로산업에 대한 고민도 본격 시작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가동 중인 원전 25기 가운데 8기의 설계수명이 2023∼2027년에 만료된다. 고리2호기 2023년, 고리3호기 2024년, 고리4호기와 한빛1호기 2025년, 한빛2호기와 월성2호기 2026년, 한울1호기와 월성3호기 2027년 등이다. 폐로산업에서 가장 논란이 크고 갈등이 많은 것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다. 우리나라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2050년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건설하느냐'와 '무엇을 얼마나 처분할 것이냐'에 대한 합의점이 전혀 없어 최종 처분장 부지 선정까지는 엄청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고준위폐기물은 1만4천t에 달한다. 원전 내 저장시설은 점차 포화되고 있다. 월성 원전은 2019년, 한빛과 고리 원전은 2024년이면 가득 찬다. 정부는 고준위폐기물이 이미 포화 위기에 달한 만큼 원전정책과 별개로 조속하게 안전관리를 위한 부지와 시설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한 지역에 건설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고준위폐기물 관리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고준위폐기물 법안의 주요 내용은 ▷특정부지에 대한 예단 없이 원점에서 부지 선정 ▷철저한 지질조사와 주민의사 확인을 위해 향후 5단계에 걸친 부지 선정 프로세스를 규정하고, 민간전문가 20인으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는 계획 등을 담고 있다.
부지 선정까지 약 12년이 예상되며, 이후 안전성 검증 등을 거쳐 건설이 시작되면,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쯤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2017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전 세계 원전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이 지속되려면 고준위폐기물 처리에 관한 국민수용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사용후연료사업 실장은 "고준위방폐장 건설을 위한 전제로 '발생자가 처리하고, 현 세대가 책임진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국가 간 공동으로 고준위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다면 한국이 적극 참여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각 국가가 개별적으로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더 크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합리적인 처분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위르겐 스크르지펙 독일 GNS대외협력본부장은 "환경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독일의 경우 핵폐기물을 중간저장시설로 운송하는 과정에서조차 시위가 격렬해 경찰병력이 1만5천 명이나 동원됐다. 우리는 당시의 사례를 통해 중간저장시설 운영경험이 처분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간저장시설이 임시시설이라는 데 인식을 공유하면서 갈등이 크게 해소됐다"고 했다. 필립 하트롱 프랑스 아레바 한국지사장은 "관련법부터 우선 제정하고, 중간저장은 영구저장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수용성 확보는 소통과 투명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브 브라쳇 미국 웨스팅하우스 폐기물관리본부장은 "미국은 폐기물을 문제없이 보관하기는 했지만 그간 기술과 경험 있는 인력 확보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폐로산업은 원전정지 후 곧바로 이뤄져야만 기술과 인력이 보호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게니치 가쿠 일본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 대외협력부장은 "일본은 고준위폐기물 처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중간저장시설을 운영 중에 있고, 폐기물을 재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보다 여건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하지만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일본은 ▷화산'활성단층 지역 등은 제외 ▷운송을 위해 해안에서 20㎞ 이내인 지역 ▷인구밀도와 토지소유주의 수가 적은 지역 등을 영구처분장 부지 대상지로 꼽고 있다. 지난 2007년 도요마을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청하긴 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시장이 소환되고 시장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결국 신청이 철회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게니치 부장은 "많은 홍보활동을 통해 인식개선은 있었지만 영구처분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고준위폐기물 처리공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건설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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