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 SRT 따라 강남 간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점심 먹고, 한류스타거리 걸으며 명품도 사고

SRT 열차는 대구에서 서울 강남을 직접 이어준다. 동대구역에서 1시간 30분이면 서울 강남(수서역)으로 갈 수 있다.
SRT 열차는 대구에서 서울 강남을 직접 이어준다. 동대구역에서 1시간 30분이면 서울 강남(수서역)으로 갈 수 있다.

#시티투어버스로 강남 두루두루 보고

#집으로 오는 길, 강남역에서 야경 구경

열차와 여행은 궁합이 맞다. 열차의 원근감(遠近感)이 여행의 맛을 살린다. 긴 열차 끝으로 모이는 소실점이 아득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지상의 이동수단 중 가장 빨라, 시간의 거리감을 당겨놓는다. 일찍 도착해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차가 다닐 수 없는 풍경 속으로도 들어간다. 달릴 때 '덜컹거림'이 여행에 리듬을 준다.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행 일부가 된다. 열차와 함께 도시로 시골로 떠나자.

◆열차, 여행의 동반자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 하네" 개그맨이자 배우였던 고(故) 서영춘 씨의 노래 '서울구경'의 첫 소절이다. 옛 풍경이 그려진다. 나이가 지긋한 시골 노인에게 열차는 얼마나 낯선 교통수단이었을까. "3등 차가 꽉 차 2등 차에 타서 돈을 더 물어야 했다"는 가사가 이를 말해준다. 증기를 뿜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설렘과 호기심이 느껴진다.

시골 영감이 요즘 고속열차를 탔다면 어땠을까? 300㎞/h의 속력으로, 대구와 서울의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이다. 삶은 계란 하나를 까먹고 소화가 채 되기도 전에 도착한다. 빨라진 만큼 서울을 여행하는 시간을 벌게 됐다. 덜 쫓기고 더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금상첨화로 수서고속철도(SRT)가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동대구역에서 타면 곧바로 서울 강남(수서역)으로 데려다 준다. 2004년부터 운행한 KTX가 서울역으로 가는 것과 다른 점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동탄역을 통해 오산과 용인, 수원, 성남 등 경기 동남부지역에 접근하기도 편해졌다. 대구와 김천(경주), 신경주 등 경부선은 하루 왕복 80회를 운행한다. KTX보다 10분 빠르고, 요금은 약 10% 싸다.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오전에 동대구역에서 SRT를 탄다.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점심을 먹는다. 한류스타거리를 걷고 갤러리와 상점들을 둘러본다. 강남을 두루두루 볼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를 탄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 올라 서울을 내려다보고, 강남역에서 빛으로 꾸민 야경에 빠져든다. 다시 대구로 돌아와도 버스와 도시철도가 끊기기 전이다.

열차 자체가 관광이 되기도 한다. 태워 나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관광열차 이야기다. 백두대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손꼽힌다. 자동차로 가기 어려운 지역을 운행한다. 과정도 여행이 된다. 열차는 험준한 산악을 지난다. 아슬아슬한 협곡을 따라 계절별로 변신하는 백두대간을 감상할 수 있다.

애칭이 '아기 백호'인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은 경북 봉화 분천역~강원 태백 철암역을 운행한다. 영주역~분천역 사이 1회 왕복운영 노선도 있다. 이 외에도 '정선아리랑열차' '남도해양열차' '서해금빛열차' '평화열차DMZ' 등 대구경북에서 접하기 쉽지 않지만, 매력적인 관광열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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