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기반성 없고 보수 품격 실종
당 재건 위한 구체적 비전도 사라져
'올드 보이'뿐 새로운 리더십 안보여
진보정권과 건강한 관계 설정 우려
'53.3% 대 12.4%'. 지난 22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다. 무려 40.9%포인트 차이다. 앞선 19일 자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8%에 그쳤다. 직전 조사에 비해 7%포인트가 폭락, 반 토막이 났다. 홍준표 후보 대선 득표율은 24%. 이를 감안하면 '날개 없는 추락' 수준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당선자와 새 정부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과 기대감으로 상대적 찬밥 신세인 탓이다. 지지율 8%(한국갤럽)를 기록한 국민의당도 예외는 아니다. 안철수 후보의 21.4% 득표율에 비하면 급전직하의 처지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당 추락에 눈길이 쏠리는 까닭이 뭘까. 국민의당에 비해 한국당이 훨씬 더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지율 관점에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제로섬 게임'을 벌여왔다. 과거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여전히 지지 기반이 겹친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의 정치적 대척점에서 독자적 정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제1야당이다. 여야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바라는 민심을 업기에도 강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그래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당이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전당대회만 치르면 '쨍하고' 해가 뜰 것인가.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정당이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 처절한 자기반성이 없다. "무너진 한국당을 복원한 것에 만족한다." 대선 패배 직후 홍준표의 낙선 소감이다. 탄핵 와중에 7%에서 시작해 24% 득표율로 2위까지 했으니 할 만큼 했다는 자부심까지 느껴진다. 대선 패배 원인과 향후 대책에 대한 당내 논의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
둘째, 보수의 품격도 온데간데없다.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 홍준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자숙을 요구한 친박계를 직격했다. 그러자 친박계 홍문종은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냐"고 반격했다. 대선 당시부터 홍준표의 막말은 양날의 칼이었다. 일부는 "시원하다"며 지지한 게 사실이다. 반면 "명색이 보수로서 너무 부끄러워서 찍을 수 없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셋째, 당 재건을 위한 구체적 비전이 사라졌다. 대신 얄팍한 정치적 잔꾀만 보인다. 대선 때 재미를 봤던 '좌파 때리기와 우파 재결집'이 바로 그것. "좌파들 잔치하는 데 한 달간 자리를 비켜주는 게 안 맞느냐." 홍준표는 문재인정부의 전광석화 같은 개혁 조치를 '좌파 잔치'로 규정했다. '좌파 프레임'은 자연스레 우파 위기론으로 이어진다. "노무현 정권보다 더 세련된 좌파들은 전열이 정비되면 우파 궤멸 작전에 돌입할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하다. "모두 합심해 좌파 광풍 시대에 적극 대처하자."
넷째, 새로운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당권 도전자로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올드 보이'들뿐. 과거 한나라당 시절 정풍(整風)을 주도했던 소장개혁파는 이제 눈 닦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지도부에 새 피가 수혈되지 않는 상황. 어쩌면 이것이 문제의 핵심인지 모른다. 지난 1997년 '제3의 길'을 내건 44세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던 영국 보수당. 이후에도 연공서열과 대처 총리 시절의 교조적 보수 이념만 고집하다 연전연패했다. 당시 위기의 보수당을 구한 이가 바로 데이비드 캐머런. 2005년 약관 38세 나이에 과감히 도전에 나서 당권을 장악했다. 치열한 문제의식, 번뜩이는 창의력으로 5년 뒤 기어코 집권당 지위를 탈환했다. 198년 만에 가장 젊은 영국 총리였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권의 진보 탄압을 비판할 때 쓰던 말이다. 이제 진보 정권 시대를 맞아 보수 분발을 촉구하며 이 말을 쓰게 될 줄이야.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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