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는 딸 주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일부 메이저급 언론사 소속을 제외하고는 월급이 쥐꼬리 만한 데다 직업 특성상 생활패턴마저 불규칙하니 기자가 신랑감으로 환영받을 리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인식이라도 좋은가. 대중들로부터 욕을 얻어먹기로는 기자들은 정치인, 검찰과 순위를 다툴 정도다.
기자는 심지어 '기레기'(기자 쓰레기의 줄임말)라고까지 불린다. 언론사 종사자 입장에서 이만큼 뼈아픈 지적도 없다. '기레기'는 오늘날 우리나라 언론에게 닥친 위기를 다르게 표현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언론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정보 유통자로서 대중의 영향력이 전통 미디어를 넘어선 첫 선거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한경오'라는 신조어가 회자된 현상은 눈여겨 볼만하다. 한경오란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진보 진영 언론 3사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한경오를 '아군에게 총질한 언론사'로 묶어 규정했다. 진보 진영의 우군인 줄 알았는데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한경오를 '돈 없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으로까지 비유하면서 절독 및 후원 철회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될 정도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전통 미디어에 우호적이지 않다. 신문과 방송은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 뉴스의 1차 생산자이지만 뉴스 소비에 따른 과실(광고비)의 대부분이 포털 차지가 되면서, 수익 구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대중들과도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됐다. 대중은 이제 뉴스 소비자 위치가 아니라 정보 생산'유통자로 변신하고 있다. 특정 부문에서 대중들의 정보 해석 및 전파 속도는 전통 미디어에 밀리지 않는다.
지금 언론에 절실한 것은 변화이다. 그러나 대개의 언론 종사자들은 변화에 둔감한 데다 일부는 교조주의적 성향(뉴스 소비자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생각)마저 갖고 있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님을 고백한다) 본란을 쓰기 직전에 인터넷 속보 하나를 읽었다. 경제 뉴스였는데 제법 잘 썼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충격을 받았다. '이 기사는 본사의 인공지능(AI)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다. 기자들은 누리꾼은 물론이고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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