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질 수술 받았는데 급성신부전증 걸리다니…"

[독자와 함께] "병원 처방 약 먹고 이상 증세, 충격에 정신병원 입원 치료"

"정말 억울합니다. 치질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병원에서 준 약을 먹고 급성신부전증이 유발돼 그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양극성 정동장애)가 나타나 4개월째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데 병원 측은 사과 한마디 없이 모른 척 발뺌만 하고 있습니다."

구미의 한 개인 외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K(48'구미시 고아읍) 씨 가족들이 해당 병원 앞에서 '병원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20여 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K씨 가족은 "평소 치질로 불편을 겪던 K씨가 지난해 12월 31일 이 병원에서 치핵 제거 수술을 받고 3일 만에 퇴원했다. 집으로 돌아온 직후 수술 전과 달리 소변이 나오지 않는 데다 구토와 어지럼증이 심해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고, 그곳에서 검사한 결과 급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며 "최근 정기검진과 수술 직전에 실시한 검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수술 후 갑작스레 급성신부전 진단이 내려졌다"고 했다.

이 같은 진단을 한 종합병원은 "K씨를 3일간 입원시켜 경과를 관찰한 결과, 개인 병원에서 처방한 약 가운데 2종류가 급성신부전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K씨는 곧장 대구에 있는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급성신부전이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대학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입원 치료 중 수술 부위에 서너 차례 과다 출혈이 발생, 수혈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치료 과정을 통해 K씨는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 K씨의 누나는 "동생이 갑작스레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서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급성신부전 증세는 다소 안정됐지만 통제하기 힘든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4개월째 정신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개인병원 측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 공제조합은 심의를 거쳐 의사 과실이 인정되면 치료가 끝난 후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무책임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본지는 K씨를 수술한 병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라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구건회 구미보건소장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과실로 주장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의료심판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고, 서로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과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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