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답 찾기가 어려운 질문

이영철 작, 파랑새가 되고 싶은 남자.
이영철 작, 파랑새가 되고 싶은 남자.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정명환 옮김 민음사 1998

장폴 사르트르(1905~1980)는 최초의 노벨문학상 거부자이며, 소설 '구토'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지식인의 역할과 문학의 기능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였고, 종전 후 잡지 '현대'를 창간하며 문학은 사회 변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서, 지식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사르트르는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고자 1947년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발표했다.

1장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2장 무엇을 위한 글쓰기인가?/ 3장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4장 1947년 작가의 상황/을 통해서 논의한다. 우리에게 글쓰기란 하나의 기도(企圖)이며, 문학이 정치적 참여를 어떻게 했는지, 왜 독자의 참여가 필요한지, 그리고 지배 계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그 모순을 통해서,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세계를 변혁할 수 있다고 믿었던 1947년 프랑스 작가들이 처한 상황의 지론을 펼친다.

현시대의 독자로서 텍스트가 제시한 의문의 답을 찾아가면, 관계의 복잡함과 혼란 속에 등불처럼 따라오는 구절이 있다. "작가는 죽기에 앞서 살아 있는 인간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정당성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48쪽) "글쓰기는 자유를 희구하는 한 방식이다. 따라서 일단 글쓰기를 시작한 이상에야, 당신은 좋건 싫건 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92쪽)

"예술 작품 그 자체로서는 생산 활동이 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 대신 생산하는 사회의 자유로운 의식이 되고자 한다.(310쪽)

자유란 시대에 따라서 항상 새롭게 시작된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바뀌고 새 출발을 하고 있는 시점이다. 어떤 개체이든 홀로는 독존할 수 없으며 세상은 맞물려 돌아가게 마련이다. 한 작품이 겨냥하는 것이 독자의 이미지를 간직하듯, 새 정부도 일상 속에 묻혀 있는 개개인의 진실을 굽어볼 수 있다면 또 다른 비상이 되지 않을까? "라이프니츠는 찬란한 햇빛을 위해서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했다. 만신창이가 된 과거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밝아 올 것 같은 현실을 비추어도 본다.

장폴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그가 던진 질문의 답을 얼른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독자가 그 질문을 생각해보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일 뿐이다. 인간은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창의적인 존재로서, 미래를 향한 투기(投企'사르트르의 철학 용어 '꾀하다'란 의미)로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그 의미가 영원히 답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해도, 우리네 삶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가는 여정이기에 이 책은 오래오래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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