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은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그랜드 슬램 달성 도시를 꿈꾸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 등 3개 분야를 모두 보유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유산 도시가 되는 꿈이다. 안동은 이미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가 지난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유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2015년 10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또 세계유산 잠재목록으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한국의 서원'에, 봉정사가 '한국의 전통산사'에 포함돼 등재 작업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이제 '하회탈춤'이 인류무형유산 분야만 지정되면 그랜드 슬램 달성이 완성되는 첫 도시가 된다.
본지는 지난 2015년 하회마을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시리즈 '신도청시대 하회', 지난해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주도할 안동문화의 세계화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그랜드 슬램 달성 가능성을 짚어본 데 이어 '한국의 전통산사-봉정사'의 세계유산 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살펴본다.
◆한국 산사 7곳, 한국 산지 가람의 정형 잘 보여줘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는 안동 봉정사를 포함해 한국의 전통산사 7곳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안동 천등산 봉정사 ▷양산 영축산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공주 태화산 마곡사 ▷순천 조계산 선암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 등 7개 사찰로, 오늘날까지 한국 불교의 신앙과 수행 및 생활 등이 지속된 살아있는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전통산사 중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이 된 7곳의 사찰은 모두 삼국시대에 창건된 사찰이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에 가람 배치가 정형화된 산지 사찰들이다. 이들 사찰은 다양하게 형성된 중심축이 주변의 계곡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국 산지 가람의 정형을 잘 보여준다.
불교는 4세기에 한국으로 들어와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공인된 후 고려 말까지 1천 년에 걸쳐서 국교로 융성했다. 5, 6세기에 국가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면서 확산된 불교는 불교문화의 확산과 유'무형문화재의 형성, 건축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전통사찰은 부처에 대한 신앙과 불교교리의 정착, 토착적인 기복신앙 등이 더해지면서 다른 국가와 차별되는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됐다.
한국의 전통적인 산악신앙이 불교와 결합되면서 명산에 절을 짓는 일이 확산됐다. 8, 9세기 무렵 새롭게 도입된 선종에서는 수행의 가치를 추구해 사찰은 점차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고, 산지 지형에 맞는 특징적인 가람 배치를 추구했다. 산과 조화를 이루는 사찰 건축은 터를 잡아 건물을 배치함에 있어 점차 체계화'이론화됐고, 10세기를 전후해 풍수 원리가 한국의 사찰에 적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국가 통치이념으로 삼고 불교를 억압하면서 도심에 위치한 사찰들은 폐사되고 주로 산중 사찰만이 존속하게 됐다. 고려시대에 국교로 융성할 때 발전한 많은 교리와 종파는 조선 초에 선교 통폐합을 거치면서 한국 고유의 통불교 사상을 이루게 됐다.
◆사상'의식'건축'문화 등 지속성과 생명력 지닌 유산
이들 전통 산지사찰은 한국 불교만이 가지는 선'교 융합의 통불교적 사상과 기능, 의식, 승려, 생활, 문화 등 종합적 사찰로서 현재까지 유지'계승되는 지속성'생명력을 지닌 유산이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건축으로 남아 있는 문화유산과 그 건축적 개념에서 불교 정신이 가지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7개 사찰은 모두 최초 건립부터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통불교적 가람 배치와 사찰 기능의 형성이 지금으로부터 최소 2세기 이전에 이루어져 그 배치 구성과 중심 영역의 질서가 보존돼 있다.
진입로부터 중심 영역, 생활 영역까지 모든 영역이 사찰 안에 포함돼 있어 공간 구성에 있어서도 사찰로서의 완전성을 갖추고 있다. 입지의 배경이 된 산세와 계곡 역시도 크게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전통산사로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 산지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으로 주변의 현대적 개발의 영향이 미치지 않아 아직도 종교시설로서의 성스러운 분위기와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각종 사지, 회화작품, 석조물, 불상 등을 통해 시대적 층위와 특징을 다양한 형태의 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 취했던 행보들을 사찰의 입지, 가람 배치, 전각의 명칭과 기능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조화하는 배치와 가람의 유형을 창출하면서도, 풍수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연환경과 상생'조화하는 통합생명의 상호 조절 원리를 구현했다.
손상락 안동시 세계유산담당은 "우리 전통산사는 유'무형의 불교문화를 담아내고 종합적 수행도량의 성격을 가진다. 특히 선정된 7개 사찰 대다수에는 스님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강당이나 참선하는 선원 건축물이 있어서 한국 불교 종합 수행도량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산사, 지역민과 함께 호흡한 문화중심 역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는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불교가 지닌 특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통사찰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완전성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사찰 불사도 기존 건물과의 조화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상현 동국대 교수는 "전국의 명산(名山)에는 천년의 전통문화를 지켜오는 사찰이 적잖다. 사찰에서 유'무형의 문화를 창출하고 계승해 왔기에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이 사찰에 가장 많이 남아있어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 많은 문화유산을 전해주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산사는 오랜 역사와 많은 설화를 간직해 한국인의 정신적 고향이 되고 있다. 결국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는 불교에 있는 셈"이라고 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 산지 가람의 현재는 긴 과거의 축적이다. 1천여 년의 변화를 겪으면서 초기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창건 당시의 정신을 잃지 않고 지속해 시대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중창 방법들이 개발됐다"고 평가했다.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는 "마을과 인접해 있고, 산속에 가람을 건립하면서도 단을 쌓아 올려 전각을 지었기 때문에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 전통산사의 세계유산적 의의에 대해 ▷1천500여 년에 이르는 역사적 유구성이 잘 지켜지고 있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적 입지와 경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민과의 긴밀한 유대를 갖고 문화 중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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