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호통 앞세운 국정위, 이런다고 현안이 술술 풀리나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보는 시선이 요즘 곱지 않다.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29개 정부 부처'기관의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지시 등 고압적인 태도가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어서다. 기관마다 국정위의 위세에 눌려 정면충돌을 피하고 있지만 업무 보고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국정위는 앞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경총과 얼굴을 붉히면서 이 같은 사태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엊그제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를 놓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또 마찰을 빚었다. 6일 국정위 경제분과는 미래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 문제에 성의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확실한 통신료 인하 방안을 내놓을 때까지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몰아붙였다. 또 국민안전처의 업무 보고 내용이 언론에 먼저 유출되자 보고를 취소하기도 했다.

야당과 언론의 문제 제기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김진표 위원장은 7일 미래부와 비공개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사회분과도 8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재계 등 여론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이런 국정위의 태도에서 보듯 정부 부처든 민간기업이든 무리하게 새 정부의 국정 기조를 주입하고 알아서 맞출 것을 강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서로 의견이 달라 쟁점을 좁히기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현재 국정위가 보인 태도는 이와 거리가 한참 멀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물론 정권 출범 초기, 정책 효율성과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크게 키울 때는 키워야 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스템보다는 자의적 판단 등 눈치보기에 익숙한 우리의 공직 환경에서 때로 강한 압박도 필요하다. 하지만 호통부터 치고 위력만 앞세우는 것은 세련된 방법이 아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득시키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처리다. 말로는 소통하고 대화한다면서 박근혜정부와 한 치도 다를 바 없이 불통이라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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