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기고] 대구 都市史 만들자-①대구 도시史 편찬 왜 필요한가

세계 각 도시는 더 이상 국경 안에 안주하지 않고 그들만의 도시 역사와 정체성 정립으로 도시발전의 기폭제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방분권의 역사가 긴 독일의 지방정부들은 국가주의적 역사관을 문화사적 지방사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시간과 인간 그리고 공간을 포함한 역사 연구의 다양화를 이끌어냈다.

일본의 경우에도 1980년대 교토학, 오사카학이 태동한 후 1991년부터 '에도 도쿄학'을 형성하며 지역학을 선도해 가고 있다. 특히 교토는 도시사, 시정사, 역사자료집을 잇달아 편찬하고 자료수집'보존'연구'전시를 위한 교토시 역사자료관을 운영 중이며, 최근 라키비움과 지역학 연구 기능을 아우르는 '교토부립교토학'역채관'을 개관하였다.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가고, 역사는 과거가 아닌 미래"라는 말이 있다. 도시 공간과 그 속에서 부대껴온 도시민의 어제와 오늘의 숨결들을 품은 집단기억을 재구성하고, 그 이면에 내재된 역사 성찰을 통해 앞으로 걸어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은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이다.

돌이켜보면 팔만대장경, 난중일기 등 세계기록유산 13건,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등 각종 지리지 편찬사에는 우리 민족의 기록문화 유전자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대구경북 출신 한강 정구 선생이 목민관으로 부임할 때마다 지방편제, 산업, 문중, 사적, 풍속, 기후 등을 소상하게 담은 11개 인문지리서 편찬은 실학사상의 표출이었다.

이러한 전통에 힘입어 대구에서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기는 크게 세 번 정도였다. 1973년 제1차 시사 편찬, 1985년 대구지역사회연구회를 필두로 각 지방연구회가 1988년부터 차례로 결성되면서 역사학의 연구 분야로 지역사를 정립하고자 했던 노력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둔 1995년 제2차 시사 편찬 작업이 그것이다. 이 같은 유산들은 로컬리티 인문학, 지역문화연구에 대한 열정과 맞물려 지역사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올해 대구가 국내외 사례를 조사하고 연구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1949년 시사편찬위원회를 설치한 서울은 지금까지 수차례 도시역사서를 발간해 왔으며 2015년 서울역사편찬원을 개관하고 시사 편찬, 시민 강좌, 역사문화기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천은 4차에 걸쳐 시사를 편찬하였고 2001년 인천역사자료관 설립 이후 매년 1, 2권의 시사 편찬과 시민 참여 사업을 병행해 오고 있다.

2021년이면 경상감영 설치 420주년, 대구직할시 승격 40주년을 맞게 된다. 도시사 편찬 과정을 통해 대구가 어떤 도시였는지, 시민들의 삶의 방식은 무엇이었는지, 대구를 어디로 가게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는 지방분권 선도 도시로서 기틀을 다지고 세계 도시 대구를 향한 토대 연구로서의 의미도 크다.

도시사 편찬의 사회교육적, 시민교양적 가치와 효용도 매우 중요하다. 사료 수집과 보존, 연구, 교육, 정보 제공 기능을 포괄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인 (가칭)대구도시역사자료원을 만드는 것은 대구의 위상을 드높일 뿐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 모두가 도시사 편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시민들의 자치 역량으로 도시사를 쓰고, 이를 시민들에게 직접 환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자.

"종이와 인쇄가 있는 곳에 혁명이 있다"던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처럼 기억과 기록은 우리 삶의 흔적이자 과거를 새롭게 발견하고 동시대적으로 재맥락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도시사 편찬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며 대구의 문화 르네상스를 앞당기는 근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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