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1t 화물 렌터카

상품에 문제가 없는데도 공연히 트집을 잡는 소비자를 흔히 '블랙 컨슈머'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진상 짓은 악성 소비자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기업도 고객에게 해를 끼치거나 골탕먹이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기업 이익이나 이미지를 중시하면서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의 행태다. 최근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은 현대기아차의 잘못된 처신도 블랙 컨슈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제품 결함을 알면서도 쉬쉬하다 이를 외부에 발설한 직원을 해고하는가 하면 기술적 문제점을 비판한 외부 엔지니어까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발하는 추태를 보였다.

국내외 기업이 벌이는 횡포나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초 미국 뉴욕, 네브래스카 등 5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법안이 발의됐다. 전자 제품 등을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매뉴얼과 부품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법안 내용이다. 미국법상 저작권 보호를 받는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디지털 기기가 고장 나면 소유자가 직접 수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휴대폰'카메라'자동차'전동 공구 등 수리에 많은 제약이 뒤따르는 이유다.

제품을 구매하고도 임의 수리가 불가능해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가령 트랙터 등 농기계도 소프트웨어가 복잡해 고장이 날 경우 판매업체에서 직접 수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제때 수리하지 못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농민 입장에서는 큰 손해다. 이 때문에 제3의 수리업체가 신속히 수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뉴욕주 공공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도요타 등 많은 기업들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한 수리로부터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명분이지만 자기 이익을 지키려는 기업의 꼼수다.

경북도가 최근 소비자와 기업에게 불편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 32건을 찾아 정부에 건의했다. 눈에 띄는 것이 화물차 렌터카다. 왜 1t 화물차는 렌터카로 빌릴 수 없을까? 현행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승용차'승합차만 대여사업용 자동차로 제한했다. 만약 농민이 1t 이하 화물차가 필요해 빌려쓴다면 용달업체 이용 때보다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금융은 영원해도 은행은 영원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법 제도도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무시하면 계속 존립할 수 없다. 불합리한 것은 고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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