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검찰 개혁,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인 방식으론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대대적인 검찰 개혁에 나서면서 국민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법무부는 7일 '돈봉투 만찬 사건'과 관련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면직 처분했다. 다음 날인 8일 윤갑근 대구고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등 고위 간부들을 한직으로 좌천시키며 사실상 검찰에서 쫓아냈다. 조만간 '2차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에 검찰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소식에 통쾌함을 느낀다는 시민들이 많은 걸 보니, 그간 검찰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수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국민의 대변자'가 아닌, '권력의 대변자'로 군림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최순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죽은 권력'과 '산 권력'을 얼마나 다르게 대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보여줬다. 정치권과 결탁해야만 승진하고 출세하니 '정치적 중립'이니 '공정성'이란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찰의 행태는 썩은 고기나 뜯어 먹는 '하이에나'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검찰 개혁은 너무나 당연한 시대적인 요구다. 이번 정부만큼은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되고, 반드시 개혁을 완성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아주 높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조급한 마음을 먹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고, 그 실수를 틈타 개혁 방해 세력이 목소리를 높일까 걱정스럽다.

법무부가 6명의 고위 간부를 좌천시키면서 "과거 중요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배경 설명을 붙인 일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인을 꼭 집어 죄과까지 덧붙여 쫓아내는 것은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인 일 처리다. 그 배경 설명은 청와대의 하명인지 법무부의 자체 판단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위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좌천성 인사로는 검찰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과거 사건을 꼬투리 잡아 특정인을 단죄하기보다는 공수처 신설, 수사권 조정 등의 제도적 개혁에 중심을 두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은 금물이다. 검찰이 진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신중하게 개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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