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성기침

콧물 없이 8주 넘게 콜록!…감기 아닐 가능성 높아요

박재율 원장
박재율 원장

주부 이모(40) 씨는 두 달 가까이 기침에 시달렸다. 딱히 열이 나거나 콧물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심한 기침 때문에 자다가 깨는 날도 잦았다. 환절기 감기라고 여긴 이 씨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었지만 증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참다못해 이비인후과를 찾은 이 씨는 감기가 아닌 '역류성 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침은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 작용 중 하나다. 기침은 먼지나 가스, 세균 등 해로운 물질이 호흡을 통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유해물질을 밖으로 배출해 기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기침이 열흘 이상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특히 기침이 8주 이상 계속되는 만성기침은 상기도기침증후군(후비루증후군)이나 위·식도 역류질환, 천식, 기침과민증, 만성기관지염, 고혈압 약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상기도기침증후군

감기 후유증이거나 비염 악화

이물감 느끼며 '의도적' 기침

만성기침의 원인 중 절반 이상은 상기도기침증후군 때문이다. 감기 후유증으로 비염이나 축농증이 악화되면서 콧속의 분비물이 뒤로 넘어가 인·후두 점막의 기침 수용체를 자극하는 게 원인이다. 상기도기침증후군이 생기면 콧물이 뒤쪽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거나 목에 가래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 듯한 이물감을 겪는다. 이 때문에 자주 의도적으로 기침을 해 떼어내거나 '흠흠' 하는 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다. 또 목이 간질거리고 콧물을 빨아들여 입으로 뱉는 행동을 자주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인후통을 느끼며 목을 압박하는 느낌 탓에 호흡하는 데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상기도기침증후군 환자는 인두 뒤쪽에 점액성 분비물이 흘러내리거나 끈적거리는 분비물이 인두 뒤쪽에 붙어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또 인두 점막이 조약돌 모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상기도기침증후군은 콧속 분비물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을 치료한다. 알레르기비염이 원인이라면 항히스타민제, 점막수축제 및 국소 스테로이드를 이용하고, 부비동염이 있는 경우에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발작적인 기침의 천식

폐 속 기관지에 알레르기 반응

쌕쌕 숨소리 내며 심한 기침

기관지 천식도 만성기침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기관지 점막이 부어 오르고 기관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게 특징이다. 호흡곤란이나 천명음 등의 증상 없이 마른기침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부 압박감을 호소하는 경우, 목구멍에 가래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알레르기 체질과 주변의 천식 유발 인자들이 상호 작용을 일으켜 면역체계에 혼란이 생기면서 천식이 발생하게 된다. 천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물질은 집먼지진드기와 꽃가루, 동물 털, 비듬, 바퀴벌레, 식품, 약물 등이다. 감기와 담배연기, 실내오염, 대기오염, 식품첨가제, 운동, 기후 변화, 황사, 스트레스 등은 천식을 악화시킨다.

천식 환자는 기침감기에 자주 걸리고, 감기에 걸리면 한 달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 기침 탓에 새벽에 잠이 깨거나 운동할 때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천식 환자의 80%가량은 비염을 동반한다. 천식은 만성적이고 재발이 잦기 때문에 증상을 잘 조절하고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후두부 자극하는 위·식도 역류염

위와 식도 사이 괄약근 약해져

위 분비물이 호흡기·신경 자극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액이나 위의 내용물이 인두(식도와 후두 사이)로 역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위 속의 내용물이 역류하는 건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역류가 자주 일어나고 기간이 길어지면 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주로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약해진 게 원인이다. 식도 괄약근이 열리면 위 분비물이 식도로 넘어와 식도 점막을 자극한다. 또 식도를 타고 올라온 위 분비물이 호흡기와 신경을 자극해 만성기침을 유발한다.

위·식도 역류염은 입에서 신맛이 나거나, 타는 듯한 감각이 명치 끝에서 목 쪽으로 밀쳐 오르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목과 가슴 부위가 답답하고, 목이 간질거리면서 기침이 나다가 물을 마시면 호전된다. 기침은 식사 후나 잠을 잘 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자고 난 후에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위·식도 역류염은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등을 바꾸면서 제산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개선한다. 비만인 경우 증상이 심해지므로 체중을 줄여야 하고 잠들기 전 3시간 이내에는 식사를 피한다.

◆고혈압 약도 유발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 10명 중 1명 증상

목 간질거리며 주로 마른 기침

이 밖에도 온도 변화와 심호흡, 전화 통화, 웃음, 담배 냄새, 향수, 스프레이 등에 기침을 하는 기침과민증후군도 만성기침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침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진 게 원인으로 목 이물감과 간지러움, 목이 가득 찬 느낌 등을 호소한다.

고혈압 치료제도 만성기침의 원인이 된다. 레니프릴, 아서틸, 포시릴, 트리테이스, 트리아핀 등 '안지오텐신 변환효소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10명 중 1명은 만성기침 증상을 호소한다. 목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심한 마른기침이 주된 증상이다. 기침은 약물 복용 후 수시간에서 길게는 수개월 후에 나타나며,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만성기침을 치료하려면 원인 질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재율 중앙이비인후과 원장은 "만성기침의 원인이 폐암이나 폐렴, 폐결핵 등 중증 질환일 가능성은 5% 미만"이라며 "만성기침의 치료는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환자 자신이 기침의 특성을 꼼꼼하게 파악해 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박재율 중앙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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