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평창에서 만난 이희범(68)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장. 그는 "정말 눈코 뜰 새 없다"고 했다. 기자가 찾아간 그 시각, 조직위원장 사무실 앞에는 결재를 받으려는 조직위 직원들이 늘어서 있었고, 이 위원장 휴대전화도 쉴 새 없이 울어댔다. 이 위원장을 보좌하는 비서진도 연신 들어오는 면담'결재 요청을 받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분초를 다투는 일정임에도 매일신문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시간도 넉넉하게 잡아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대구경북을 알리는 기회로 평창올림픽을 활용하는 방안도 오랫동안 고민했고, 경북도와는 이미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공직생활을 경험한 '백전노장'답게 그는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감을 갖고 풀어나가고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정말 코앞에 닥쳤다. 준비상황은 어떤가?
▶이제 7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올여름이 지나면 사실상 대회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대회 준비는 잘 돼가고 있다. 경기장 시설은 100% 완공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릉에 있는 빙상경기장은 시설 진척률이 100%에 이르렀고, 정선'보광'용평'알펜시아 설상경기장은 시설은 다 됐는데 관중석과 음향시설 등을 만드는 중이다. 지원시설의 경우 숙박시설은 다 됐고, 비경기장인 개'폐막식장 건설 공사가 9월 완공 목표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방송센터도 완공돼 이제 이사가 이뤄진다. 선수'미디어촌도 마지막 공사를 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강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평창올림픽 준비를 위해 투자되는 재원은 13조8천억원에 이르는데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액이 11조원에 달한다. 1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재정 투자를 바탕으로 강원도로 들어오는 고속철이 이달 완공되고 제2영동고속도로는 이미 개통됐다. 춘천과 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역시 이달 말 개통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강원도가 천지개벽을 했다. 전체 투자액의 대부분이 강원도의 SOC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 쓰였고 경기장 등에 들어간 돈은 2조8천여억원이다. 평창올림픽이 SOC를 만들어주면서 이제 서울에서 강릉까지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스포츠이벤트가 지역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평창이 보여줬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는 스폰서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열심히 뛴 덕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스폰서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SOC 부분만 국고가 지원되고 3조원 가까운 나머지 필요 재원 가운데 9천400억원을 기업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기업 스폰서가 35%의 재원을 차지하는 것이다. 기업 스폰서 유치는 내 몫이었다. 발로 뛴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 목표액의 90%를 넘겼고, 이제 95%까지 이르렀다. 기업 스폰서 확보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올라왔고, 이제 공기업 부문이 남았는데 예상대로 잘 될 것으로 본다.
-스폰서를 확보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최순실 게이트 영향도 받았다는데?
▶지난 1년 동안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너무 많이 시달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를 해보니 평창올림픽 하면 최순실이 연상된다는 비율이 47%에 이르렀다. 이러니 스폰서 확보 등이 제대로 됐겠나? 진실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평창올림픽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것이 없다. 그들의 음모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위원장으로 부임해 보니 게이트가 이미 터져 있었다. 평창의 일부 프로젝트에 그들이 관여하려 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그들과 계약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여러 기관이 나서서 조사했는데 하나도 없는 것이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도 큰 피해자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기업들이 몸을 사려 스폰을 해주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
-이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려 대회 흥행을 만들어낼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준비상황은 어떤가?
▶11월이 되면 26개 테스트 경기가 시작된다. 예비올림픽이 시작되는 것이다. 외국에는 이미 평창의 소식이 많이 전해졌고, 관심이 쇄도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외신들도 "경기장이 완벽하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IOC는 대회 준비 상황에 대해 "100점을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시설과 운영 상황이 모두 좋고 내 자랑 같지만 조직위원회의 활동이 최고라는 평도 내놨다. 외신이 긍정적 신호를 보내니까 국내 언론도 호평을 하기 시작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벗어나면서 우리 조직위 구성원들도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흥행이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남북 간 교류를 추진 중이다. 이번 올림픽에 북한도 오나?
▶아마 올 것이다. 그런데 올림픽은 우리끼리 하는 게 아니라서 참가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야 한다. 올림픽은 오고 싶다고 모두가 오는 것은 아니다. 예비경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 북한은 소치올림픽도 못 갔고, 벤쿠버올림픽도 두 명만 갔다. 예비경기 성적이 좋지 않아 출전 자격을 못 딴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위가 "성적 나쁘니 못 옵니다" 하면서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활용하면서 IOC와 협의를 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 북한 참가와 관련해서 대북 제재 얘기를 많이 하는데 스포츠는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다. 스포츠는 근본적으로 평화를 상징한다. 올림픽도 평화의 정신을 가진 이벤트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는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 북한의 핵은 강한 압박으로 제재를 해야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남북관계는 우리가 열어야 한다.
-북한이 온다면 사상 최대의 동계올림픽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물론이다. 소치올림픽 참가국이 88개국이었다. 평창은 95개국이 목표다, 사상 최대 동계올림픽이 될 것이다. 6천500여 명의 선수'임원단이 대한민국 강원도로 몰려온다. 금메달 수는 102개로 역시 사상 최대다. 사상 최대 규모 대회답게 64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은 OECD 회원국이 됐고 경제 강국으로 올라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도 그렇게 됐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은가.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경제 규모가 크게 자랐다. 사상 최대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익에 기여할 것이다.
-장밋빛 전망만 할 수는 없다. 올림픽 이후 경기장 활용도가 낮으면 골칫덩이가 될 텐데?
▶그 부분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하계올림픽은 주로 대도시에서 열리기 때문에 수송을 쉽게 할 수 있고 숙박시설도 좋다. 브라질 리우올림픽 개막식장은 60년 전 만든 축구경기장을 고쳐서 만들었다. 그런데 동계올림픽은 다르다. 대도시가 아닌 외곽에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새로 지어야 했다. 사후활용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경기장 12개 중에서 10개는 이미 주인이 지정됐다. 올림픽이 끝나고 운영자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자를 찾아줘서 유휴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 볼 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어서 그때까지는 우리 시설이 인기 있을 것이다. 훈련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동계스포츠 활성화대책을 잘 만들어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평창조직위는 개'폐막식장도 영구시설로 만들지 않았다. 개'폐막식장은 활용도가 낮아서 임시시설로 만들었다. 대회가 끝나면 부순다. 이런 방식으로 평창올림픽은 대회 이후 걱정도 덜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골치 아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텐데 위원장을 왜 맡았나?
▶하루 10번씩 후회를 했다. 혼자 평창에서 살면서 처음에 라면 40개를 샀는데 금방 동났다. 라면을 끓여 먹고 살다 보니 후회가 안 들 수 없었다. 내가 산업자원부 장관 했으니까 스폰서 부문에 대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정부가 판단했을 것이다. 정부가 권유해서 했다. 맡고 나니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1주일에 평균 3번은 서울에 가야 하고, 1번은 또 세종시에 가야 한다. 월평균 4차례는 외국에 나가야 한다. 전 세계와 전국을 다니는 강행군이다. 그래서 조직위원회는 이동 중에도 충분히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보고 격식도 우리 조직위원회는 다른 조직과 달리한다. 전자결재는 물론이고, 카톡과 문자로 보고받으면서 자리를 자주 비워야 하는 핸디캡을 극복한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평창올림픽에 다른 색깔을 입히고 싶은 것이 있나?
▶평창은 문화올림픽, 그리고 IT 올림픽을 지향한다. 'Everyday Cultur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올림픽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IT 강국인데 이 부분도 좀 보여줘야 한다. 로봇이 선수단에 '웰컴' 사인을 보내고 UHD와 5G 시연이 이뤄진다. 삼성전자와 KT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도 그동안 열심히 만든 자사 기술을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한컴이라는 IT업체는 8개 언어를 동시통역해주는 앱도 개발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다. 세계가 우리 기술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강원도가 큰 잔치를 하는데 이웃한 대구경북도 뭔가 기여를 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 우리 지역 상품 홍보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경북의 특산품'문화적 자랑거리에 올림픽마크를 붙여 이번 대회에 내놓는다. 안동시와는 이미 양해각서를 맺었다. 하회탈을 상품으로 하고 하회탈춤도 알릴 것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도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하면서 결과물을 도출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영주시도 열심히 뛰고 있더라. 경북의 특산품을 올림픽 채널을 통해 세계에 자랑할 것이고 평창에 찾아온 손님들을 유교문화의 본산인 경북에 많이 보낼 수 있도록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다.
-대구경북도 새로운 국제이벤트를 유치해야 되는지?
▶여수EXPO에 12조5천억원이 투자됐었다. 여수는 큰 발전을 했다. 문경도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치렀는데 작은 도시지만 잘했다고 본다. 나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대회 때를 잘 기억하는데, 대구가 이 대회를 통해 정말 발전적 성취를 이뤘는지는 사실 의문이 있다. 국제규모 대회로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국제이벤트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명시적 계획이 있어야 하고, 이벤트 유치전에 '무엇을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은 어떤 이벤트에 대해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비전부터 세워야 한다.
※ 평창동계올림픽=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는 강원도 평창에서 내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개최된다.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2011년 7월 7일 열린 제123차 IOC 총회에서 과반 표를 획득하며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이 열린다. 평창에서 개'폐막식과 대부분의 설상 경기가 개최되며, 강릉에서는 빙상 종목 전 경기, 정선에서는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희범은…
-안동 출신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경희대 경영학 박사
-제12회 행정고시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
-제26대 한국무역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국민훈장 무궁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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