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대통령, 북핵 해결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CBS 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표 북핵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로 현재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2단계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를 통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순차적 접근이다. 이 중 2단계는 1단계의 성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먼 훗날의 얘기다. 다시 말해 관심은 1단계가 과연 문 대통령의 뜻대로 성취될 것이냐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북핵 동결 실패의 20년 역사를 보면 그렇다. 북한은 핵개발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핵개발을 포기한 적이 없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때 핵 동결과 불능화를 약속했다. 그 대가로 국제사회는 중유(重油) 수십 만t을 제공했지만,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2년에도 북한은 핵 활동 중단의 대가로 미국에서 식량 지원을 약속받았으나 보름 만에 파기했다.

이렇게 속아주기를 반복한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미국까지 도달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완성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도대체 얼마나 더 속아주자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이런 실패의 역사에 종지부를 자신이 찍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착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와 압박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문재인정부 내 '자주파'들의 생각이지만, 실패의 진짜 이유는 대화로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늦춰준 데 있다. 대화가 오히려 북한에 핵 능력을 키울 시간을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미국이 대화 전제 조건은 '핵 동결'이 아니라 핵의 완전한 철폐를 의미하는 '비핵화'라고 못박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속임수에 더 이상 말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화는 성공을 위한 조건이 마련됐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조건이란 북한 핵의 완전 폐기 말고는 없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2단계 접근법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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