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과 사람] '공부하는 엄마에게' 펴낸 송수진 작가

남편만 바라보며 육아와 살림에 매달리는 엄마들 "공부합시다"

지은이 송수진 씨가 17일 오후 2시 서울시 관악구 스터디에이드에서 열린
지은이 송수진 씨가 17일 오후 2시 서울시 관악구 스터디에이드에서 열린 '저자와 만남' 행사에서 주부 독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은이 송수진은 지은이 송수진(39)은 결혼과 함께 초등교사직을 그만뒀다. 남편과 아들을 바라보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지은이 송수진은 지은이 송수진(39)은 결혼과 함께 초등교사직을 그만뒀다. 남편과 아들을 바라보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나는 어디에 있지?'라는 절박감에 공부를 시작해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대학 시간강사이자 작가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여행 에세이인 '나를 부르는 터키' '나를 부르는 인도'가 있다.

공부하는 엄마에게/송수진 지음/하나의 책 펴냄

"어린 시절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무꾼의 소박한 꿈을 깨뜨린 선녀가 야속했다. 착한 남편, 예쁜 아기 키우며 행복하게 살면 될 텐데, 선녀는 왜 쓸데없이 날개옷을 찾아내 가정불화를 일으켰을까.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이 동화를 읽었을 때는 느낌이 달랐다.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나무꾼이 참 뻔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무꾼이 날개옷을 숨기는 바람에 하늘로 돌아갈 수 없었던 선녀가 측은했다. 선녀가 날개옷을 돌려달라고 그토록 애원했던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선녀는 착한 남편, 예쁜 아기만큼이나 자기 정체성 회복이 절박했던 것이다."

◆스스로 날개옷을 벗어버린 선녀들

'공부하는 엄마에게'를 쓴 송수진 씨는 결혼과 함께 다니던 직장(초등교사)을 그만뒀다. 동화 속 선녀처럼 나무꾼이 날개옷을 숨기는 바람에 직장을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와 가정을 만들고,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행기와 기차를 좋아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됐고, 즐거운 날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간 잊고 지냈던 '나'가 그리웠다.

"남편이 내 날개옷을 숨기는 바람에 결혼한 것이 아니다. 원해서 한 결혼이고, 원해서 이룬 가정이다. 그러니 (내가 벗어 던진) 날개옷을 남편이 내게 찾아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책 '공부하는 엄마에게'는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 가정의 대소사를 치르느라 자기를 잃어버린 혹은 포기해버린 엄마들에게 '공부합시다'고 권하는 책이다. 공부하는 엄마가 되어야 하는 이유, 당당하게 공부하는 엄마, 자아실현 수단으로써 공부,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식 등 엄마들의 공부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간다.

◆남편과 자식의 성공이 나의 성공?

"육아와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주부가 꿈을 찾는다는 것이 한가롭게 들릴 수도 있다. 아침부터 밤 늦도록 아이 챙기고, 집안일 돌보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발품 팔고, 짬짬이 돈도 벌어야 하니 날개옷은 꿈도 꿀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나만의 날개옷을 생각한다거나 챙긴다는 것이 남편과 아이에게 소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마저 들기 일쑤다. 이 바쁜 세월에 '공부'라니 내가 철이 없나 보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냥 잊고 사는 게 순리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다."

지은이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남편과 아이의 존재감을 늘림으로써 날개옷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내 분신과 같은 아이와 남편의 성공을 나의 성공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가족은 한배를 탄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엄마의 헌신과 뒷바라지, 아내의 내조로 아이와 남편이 마음껏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결혼한 후 한 사람은 주인공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보조자가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나만의 일, 나만의 공부 필요

지은이는 "결혼한 후 한 사람은 직장에서 지위가 높아지고, 사회적 위치가 높아지는 데 반해, 한 사람은 경력이 단절되고 '그림자 봉사'를 하며 우울해져서는 안 된다. 남편만 바라보며 육아와 살림에 매달리느라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상당히 많다. 이래서는 안 된다. 자기만의 일, 자신만을 위한 공부를 시작함으로써 나태와 우울, 짜증과 불안, 무기력과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편을 탓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남편과 가족을 향한 짜증과 불만은 부메랑이 되어 내 삶을 갉아먹을 뿐이다"고 강조한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공부하는 것도 힘들다. 하물며 엄마 노릇을 해가며 공부하려면 더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주부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면 그만큼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내 공부'를 위해 가족과 집안일을 등한시할 경우 '내 꿈'은 가족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가족의 지지가 없으면 꿈을 이루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남편과 자녀들도 아내이자 엄마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 그것이 가족들에게도 이롭다. 자기 삶의 의미를 채우지 못하는 주부들은 일상에서 늘 한숨을 쉬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러나 꿈을 향해 자신의 길을 걷는 주부들은 긍정적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주위에도 밝은 기운을 뿜어주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이 나를 대신할 순 없어

지은이는 "답답하고 우울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한다. '아이가 다 크면 좀 여유가 있겠지'라며 때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아이가 다 큰다는 게 언제일까? 90세 노인이 70세 자식의 삶을 걱정하듯, 자녀에 대한 걱정과 책임은 끝이 없다. 주부들 본인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아이가 커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조언한다.

"공부가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독하게 나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남편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동반자이지 나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애쓰느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의존하며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 다시 시작하는 공부, 이렇게

엄마가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잊는 것'이다. 나이, 재산, 직업 등 현재 자신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기준을 잊어버리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특히 나이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부에 적당한 나이란 애초에 없다. 새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도 없다.지금이 가장 빠른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가 되어 다시 시작하는 공부인 만큼 공부가 괴로워서는 안 된다. 공부 자체는 괴롭고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학창시절 공부가 괴로운 것은 타인과 경쟁하기 때문이다.

"진짜 공부는 남을 이기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한 공부도 아니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도 아니다. 진짜 공부란 공부를 통해 자존감 상실로 주눅이 든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의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멀리 내다보는 지혜를 얻고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공부이어야 한다. 진짜 공부를 시작하면 세상 보는 눈이 밝아지고, 하고 싶은 일이 더욱 많아진다. 재미있는 일들도 줄줄이 생겨난다. 선택은 엄마, 자신의 몫이다."

◆동료 엄마들의 릴레이 공감

이 책 '공부하는 엄마에게'는 인터넷 다음(daum) 스토리 펀딩에서 엄마들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동료 엄마들은 자신을 찾아가는 작가의 여정에 응원을 해줬고, 본인들의 공부 열정을 확인했다며 관심을 보내줬다. 연재를 읽고 한 엄마는 이런 글을 올렸다.

"저도 네 아이를 키우면서 밤에는 공부하는 엄마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잠시라도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엄마의 공부는 스스로 서는 힘을 키워주는 것 같습니다."(시윤맘)

20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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