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퓨처스] 한성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한 해 150여건 부정맥 시술

한성욱 동산의료원 심장내과 교수.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한성욱 동산의료원 심장내과 교수.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한성욱(50)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스로를 '전기공'이라고 불렀다. 심장내과에는 막힌 혈관을 뚫는 '배관공'과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도록 전기 자극을 관리하는 '전기공'이 있다. 한 교수의 전문 분야인 부정맥은 전기공이 필요한 질환이다. 부정맥은 심장에 전기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다른 근육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자극이 발생해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게 원인이다. 그는 심장 박동에 영향을 주는 비정상적인 전기 자극들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데 탁월한 실력을 자랑한다.

동산병원 부교수로 근무하던 한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부정맥의 기초 연구와 고난도 부정맥 시술 2천여 건을 해낸 뒤 7년 만에 모교로 돌아왔다.

◆마흔 살에 미국에서 재출발…부정맥 2천 건 시술

한 교수는 계명대 동산병원 전임의 시절부터 스승인 김윤년 심장내과 교수에게서 '도자절제술'을 배웠다. 도자절제술은 심장에 비정상 전기 자극을 만드는 부위를 찾아 고주파로 태워 없애는 시술이다. 교수가 된 그는 초기에 7시간가량 걸리던 시술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앞당겼다. "그래도 공부 욕심이 나더라고요. 손기술과 축적된 경험으로 시술은 잘했지만, 부정맥의 기초부터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한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1년간 연수를 받은 뒤, 그대로 미국에 둥지를 텄다. "부정맥의 모든 것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안정된 교수직을 포기하고 마흔 살의 나이에 미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시험 준비부터 시작했다. 시험 준비와 부정맥 기초 연구에 매달렸던 그는 도미 3년 만에 인디애나대학 임상부정맥 전임의가 됐다. 한 교수는 매일 오전 6시가 되면 부정맥 분야 명의인 존 밀러 박사에게서 심장 속에 가느다란 줄을 넣어 부정맥을 진단하는 법을 배웠고, 1년 만에 300여 건의 도자절제술을 성공했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미국 센트럴 유타클리닉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유타클리닉에는 부정맥 분야의 권위자인 한국계 미국인 황준 박사가 있었어요. 그와 함께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수술하며 2년간 1천700건의 도자절제술을 시술했어요."

◆부정맥 전문의를 가르치는 전문의

지난 2014년 그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부정맥을 제대로 공부했으니 고국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 교수가 한 해 평균 다루는 150여 건의 부정맥 시술 중에는 심장내과 전문의들도 다루기 힘들어하는 고난도 환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심방세동으로 도자절제술을 받은 뒤 재발한 부정맥이나 심방세동 수술을 받았거나 복잡 기형에 따른 부정맥은 다루기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이런 고난도 환자들이 찾아갈 부정맥 전문의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한 교수는 전문의를 가르치는 전문의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에 두 차례씩 부정맥 분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고난도 심장 전기생리검사 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의 대학병원 전임강사도 그에게서 3차원 진단 기구를 이용해 부정맥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법을 배운다. 그는 "배울 게 있다면 누구라도 찾아가야 한다는 걸 미국에서 배웠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제자가 다른 스승을 찾아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배움을 위해서라면 제자에게 모든 기회를 열어줘야죠."

그는 시술뿐만 아니라 임상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 교수는 올 들어 심실성 부정맥의 약제 치료 효과와 판막성 질환 환자의 급사 예방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움을 주저하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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