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장군 따까리

'따까리'라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에서 유래됐는데, 지금도 '(상처'코)딱지' '뚜껑' 등의 의미로 쓰인다. 국어사전에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한가지 뜻만 나와 있다. 심부름꾼을 경멸조로 부르는 의미다.

한때 언어순화 차원에서 '따까리'를 '하인'으로 바꿔 부르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 맛깔과 뉘앙스에서 차이가 커 그리 호응을 얻지 못했다. '따까리'는 '하인이 아니면서 하인 같은 일을 하는 직책'이므로 '하인'이나 '심부름꾼'과는 다르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내뱉은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지만, 일본어에서 유래된 '시다바리'(したばり'밑일꾼 뜻이지만, 경상도에서는 하수인, 졸개, 밑씻개 등의 의미로 씀)와 '따까리'의 의미도 다르다.

누군가에게 '따까리'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다. 그런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더라도, 면전에서 그렇게 부르면 상대방을 경멸하고 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불러도 모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군대다. 장군의 당번병, 공관병 등을 '따까리'라고 부르는데, 제법 인기가 있는 '꿀보직'이다.

비서와 비슷한 당번병은 전화받고, 차 끓이고, 심부름하고, 청소하는 역할이다. 가정부 역할의 공관병은 관사에서 생활하며 집 안팎을 청소하고 가꾸고 심부름한다. 20년 전만 해도 사단장이 되면 7, 8명의 당번병'공관병'조리병 등을 두고는, 세탁'전화'청소'요리는 물론이고 아이들 과외'부인 심부름까지 분담시키곤 했다. 요즘 들어 규정이 강화됐다지만, 장군은 '황제' 부럽지 않게 떵떵거렸고 '따까리'는 '현대판 사노비'와 비슷하다. '따까리'는 힘든 훈련과 내무생활을 열외하는 대신에 높은 분을 떠받들고 시중드는 것으로 군생활을 대신한다.

며칠 전 군인권센터는 육군 39사단 사단장이 '따까리'에게 온갖 갑질을 하고 욕설과 폭행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한 피해자가 전역 후 사단장의 가해 행위를 신고했으나, 육군본부는 구두 경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육군본부 장군들도 이 사단장과 마찬가지로 '따까리'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을 터인데,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할 것이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라고 해놓고 자의든, 타의든 '따까리'나 시키고 있다면 얼마나 모순적인가. 당번병'공관병은 일제 잔재, 권위주의 군대의 상징이다. 빨리 없어져야 할 적폐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