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시, 택시요금 인상 신중하게 판단해야

대구시가 택시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이상 조합)이 현행 요금보다 300~500원 인상을 건의하자, 대구시가 다음 달부터 검증 용역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시는 운송 원가, 타 도시의 사례 등을 살펴보고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소폭이나마 인상할 뜻을 갖고 있는 듯하다.

조합은 30%대의 요금 인상안을 대구시에 건의했다. 기본요금 300~500원 인상, 3인 초과 탑승 때 추가 1인당 1천원, 트렁크 화물 적재 때 1천원의 추가 요금, 공휴일 요금 20% 할증 등이 포함돼 있다. 조합의 요구대로 요금안이 관철되면 택시 이용자는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된다. 조합 요구대로 될 리가 없겠지만, 대구시가 일부만 반영해도 현재 2천800원인 기본요금은 3천원을 훌쩍 넘게 될 것이다.

택시요금이 오른 지 4년 넘었기에 택시업계에서 인상 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3년 기본요금 600원 인상 이후 시간이 제법 흐른데다 다른 도시에서도 인상 논의가 있다 보니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4년 전에는 인상 폭이 컸기 때문에 택시 이용자들의 불만이 아주 높았다. 낮 시간대에 중구에서 출발해 달서구나 수성구 외곽에 가면 웬만하면 1만원이 넘는다. 외국에 비해 택시요금이 싸다고는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1만원이라는 심리적인 벽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택시 못 타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택시업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대구 택시 대수는 1만6천여 대로 전국 대도시 가운데 과잉 공급 1위 도시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에 따른 영업 부진을 걱정하는 관계자도 꽤 있다. 법인택시 운전자에게는 사납금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대구시가 택시 감차를 위해 해마다 수십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택시업계를 위한 요금 인상이 필요한지 의구심마저 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타 도시와의 형평성이다. 부산시가 법인택시 운전기사 처우개선 등을 위해 300~400원 인상을 검토하고 있을 뿐, 서울과 울산시는 기본요금을 동결했다. 대구시가 요금 인상을 결정하면 서울 택시 기본요금 3천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대구 택시값이 서울 택시값보다 비싸다면 말이 되겠는가. 대구시는 지역 경기의 어려움까지 고려하면서 택시요금 인상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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