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자유학기제 시행 3년…총리상 수상 경서중 사례는

쓰레기장 해결, 국어시간 '대안 토론' 기술시간 '분리함 제작'

대구 경서중학교는 지난해 교내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겪자 이를 프로젝트 수업 주제로 가져와 해결 방안을 찾았다. 기술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직접 분리수거함을 완성해 만족해하고 있다. 경서중 제공
대구 경서중학교는 지난해 교내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겪자 이를 프로젝트 수업 주제로 가져와 해결 방안을 찾았다. 기술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직접 분리수거함을 완성해 만족해하고 있다. 경서중 제공
경서중의 프로젝트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교 공동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서중 제공
경서중의 프로젝트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교 공동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서중 제공

대구의 각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 대구는 교육부의 방침에 한발 앞서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덕분에 수업, 체험 활동 등 여러 방면에서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는다. 이 가운데 올해 교육부가 주최한 제2회 자유학기제 실천사례연구대회에서 대구의 상당수 학교가 참신한 수업 방식으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특히 경서중 나혜정 국어과 교사가 교과수업개선'자유학기 활동분과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교과수업개선분과에서 교사 3명, 학교교육과정 운영분과에서 3개교가 입상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나혜정 교사의 수업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학교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쓰레기 분리수거 스스로 해결

경서중 나혜정 교사는 평소 학생들의 일상 속 문제를 어떻게 수업 속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주제를 수업에서 다룬다면 배움이 교실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의 작은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여겼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2학기 때 학교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사제동행 행복시간을 보내고자 1학년 학생 전체가 학교에 모여 삼겹살 파티를 벌였다. 그런데 파티 후 학교 개수대와 쓰레기장이 음식물 쓰레기로 엉망이 됐다. 이를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다시는 삼겹살 파티를 하면 안 된다는 의견, 학생 생활지도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그 과정에서 1학년을 맡은 교사들은 이번 일로 학생들을 야단치기보다는 수업에서 우리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되짚어보는 프로젝트 수업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나 교사는 "야단을 치면 학생들이 일시적으로는 따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정만 나빠질 뿐 가르침이 내면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이를 생활밀착형 프로젝트 수업으로 끌고 와 공동체의 변화를 학생들이 직접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프로젝트 수업은 나 교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나 교사는 국어 과목의 '토의하기' 단원과 연계해 경서중 공동체의 문제가 무엇인지 친구들과 토의를 통해 스스로 파악하도록 했다.

또 해결 방안을 수립해 실천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학생들은 분리수거에 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학교 쓰레기 문제에 대한 토의를 벌였다. 토의에서는 ▷평소 분리수거를 해도 큰 덩어리만 분리하는 수준이다 ▷제대로 된 분리수거함이 있으면 좋겠다와 같은 의견이 나왔다.

동시에 수학, 영어, 미술, 과학 등 다른 교과 교사들도 문제해결 방안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특히 기술 수업에서는 직접 구입한 친환경 나무와 페인트를 이용해 학급별 분리수거함을 직접 제작했다. 그 후 학생들은 학교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먹거나,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활동을 할 때도 분리수거만큼은 교사들의 지도 없이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나 교사는 "사람이 모인 공동체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때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배움은 실천으로 연동될 수 있고, 일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메모로 코리아'에 동영상

경서중은 지난해 2학기 자유학기제 기간을 거쳐 올해 2학년이 된 학생들을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학생들이 직접 공동체의 기록문화유산을 만드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메모로'(Memoro)라는 활동이다. 이 수업은 2007년 이탈리아에서 60세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기억'을 문화적 유산으로 전달하려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5분 정도의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 공유함으로써 공동체의 기록문화유산을 만들고 어린 세대들에게 전승하는 게 목표다.

경서중은 이 프로젝트를 올해 1학기 국어수업 시간에 다뤘다. 교사들은 공동체 역량 함양을 위해서는 '공동의 경험' 공유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조부모가 안 계시거나 멀리 떨어져 사는 학생은 동네 경로당에 인터뷰를 부탁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격대교육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의 인터뷰 과정을 확인하던 중 교사들이 느끼기에도 생소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2학년 박나경 학생은 '우리에게 생소한 명절, 이월'이라는 주제로 할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양의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 우리나라로 돌아와 바닷가 마을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어업 일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월'이라는 명절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월'에는 집집이 호박떡, 쑥떡, 찰떡 등과 같은 떡을 많이 해먹었고, 어부들이 풍랑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굿도 많이 행해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영어 수업에서는 영상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말에서 주요 키워드를 찾아 외국인이 봐도 맥락을 이해하도록 번역을 시도했다. 기술 시간에는 영상에 외국어 자막 삽입 작업을 하고 있다.

나 교사는 "이탈리아에 서버를 둔 '메모로 코리아'라는 사이트에 영상을 올리는 게 이번 여름방학 숙제다"며 "내년에는 다른 공동체와 공존하는 역량을 기르는 활동을 각 교과 단원에 적용해 수업 시간에 다룰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 각 학교에 안착한 자유학기제

이 밖에 대구의 다른 교사, 학교들도 참신한 수업 방안을 선보여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교과수업개선분과에서는 경북대사대부중 최선경 교사가 원어민에게 'TED' 강연 형태로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최 교사가 지난해 캐나다로 초청돼 TED에 참가했던 경험을 녹인 이 수업은 실제 청중을 고려해 디자인돼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 수업 후 원어민 교사에게 바로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등 동기유발에도 힘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개교한 새론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준비 기간인 프리(Pre)-자유학기제(1학년 1학기) ▷자유학기제 운영(1학년 2학기) ▷포스트 자유학기제(2학년 1학기)가 연계된 교과 과정으로 학교교육과정 운영분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공부할 이유를 찾았다'는 중학생이 늘고 있다"며 "학생이 교실의 주인이 되는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