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인공지능 시대 부모로 살아가기

백두대간에서 자란 금강송은 경복궁이나 숭례문 같은 큰 건물의 기둥이나 대들보에 쓰이는 좋은 목재이다. 훌륭한 금강송이 어설픈 목수를 만나면 너무 다듬어지고, 깎여 기둥이나 대들보는커녕 서까래로 쓰이고 만다. 서까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당초에는 기둥으로 쓰이게 될 금강송도 잘못 다듬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서까래의 자리로 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서 또 어설픈 목수를 만나면 안타깝게도 문틀로 쓰이고 만다. 원래는 기둥과 대들보가 될 재목이었는데 너무 많이 깎아버린 탓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문틀이나 문살로 밀려간 백두대간 금강송이 자주 떠오른다. 목수가 원하는 직선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만의 유려한 곡선은 다듬어지고 만다. 곡선이 살아있는 기둥도 멋지고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굳이 곧게 깎다 보면 기둥의 크기를 잃어버린다. 곡선은 아이의 개성이고 창의성이다. 훌륭한 목수는 나뭇결을 알고 금강송이 원래 가진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지켜준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아이들이 지금 부모의 시각으로 디자인되어 깎이고 있다. 안타깝다. 유치원 때 깎이고, 초등학교 때 깎이고, 중'고등학교 때 또 다듬어진다. 백두대간 금강송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시대라고 세상은 야단들이다.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아이들을 바라볼 것인가?

갖고 있는 저마다의 독창성, 창의성을 지켜줘야 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곡선을 최대한 살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어른들의 잣대로 다듬다 보면 모두 똑같은 아이들로 키워진다. 언젠가 원래의 그 곡선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리워할 때가 온다. 인공지능 시대, 오히려 자연지능을 깨워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자연지능이 필요하고,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에 오히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인성이 없는 창의성은 세상의 독밖에 되지 않는다.

인성을 갖춘 금강송으로 자라게 하려면 '틀'이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틀은 '모범의 틀'이다. 부모의 '모범'이 중요하다. 자식이 우애 있고 효도하기를 바란다면 우애와 효도하는 생활모습을 부모가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붕어빵은 붕어빵틀에서 나오지 국화빵틀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부모에게 훌륭한 '틀'이 없으면 남들을 따라 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주로 '공부틀'과 '돈틀'을 많이 갖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된다. 돈 10억원을 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47%였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틀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나는 자식에게 어떤 틀을 제공하고 있는가? 형제간의 우애를 먼저 말하는가?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공부틀'을 제공하고 있는지, 돈만 잘 벌면 된다는 '돈틀'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동생이 아파도 너는 들어가 공부만 하면 된다고 가르치면 우애 있는 형제로 자라기 어려운 법이다. 올바른 틀이 부모의 가슴속에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틀이 매일 바뀔 수도 있다. 흔들리는 틀 속에서 자녀는 붕어빵도 국화빵도 될 수 없다.

금강송이 가진 곡선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면서 우리 사회의 올바른 기둥으로 키우려면 부모가 세상의 흔들리는 잣대로 자녀를 깎아내지 않을 틀을 지녀야 한다.

우리 가정도 이제 '인성이 기반이 된 창의성 틀'을 만들자.

그래서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금강송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자. 그렇지 않으면 금강송의 아름다운 인성도 함께 잃어버리기 쉽다.

붕어빵을 기다린다면 붕어빵틀을 준비하자. 기둥에서 쫓겨나 문틀이 된 안타까운 백두대간 금강송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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