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 주민증 위조, 잡아떼면 "무혐의"

대구 한해 의심사례 10여건, 대다수 만 18세 미만

행정기관들이 처리하는 습득 주민등록증 가운데 위'변조 의심 사례가 적지 않지만 주민증 소유자가 부인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어 경찰과 구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 수성구 파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김모 주무관은 최근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숫자 '8'을 '9'로 바꾼 흔적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사진 등을 대조해본 결과 1993년생으로 기재된 주민등록증의 실제 주인은 1983년생이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7건의 위조 의심 신분증을 발견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며 "대부분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거나 많게 보이려고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형법 제225조는 공문서인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 각 기초자치단체에 따르면 위조 의심 신분증의 대다수는 현재 만 18세(1999년생) 청소년 소유다. 중구 남산동 주민센터도 얼마 전 습득 신분증 가운데 1999년생 여학생의 주민증이 1997년 출생으로 고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용가위 등을 이용해 숫자 '9'를 '7'로 바꿔 성인 행세를 하다가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여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신분증을 누군가 위조한 듯하다고 우겼고, 결국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구청 관계자는 "자신이 부인하면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경찰도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놨다.

위조 신분증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지만 편의점'음식점 등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할 때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청소년이 제시한 위조 신분증에 속아 술과 담배 등을 판매했더라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 진위는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콜센터 1382'와 '민원24' 홈페이지에서 발급일자 등을 이용해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관대한 법 적용도 위조 신분증 성행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적발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지만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어 더욱 만연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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