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신 차려야 할 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가 지난달 30일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조례안을 부결시킨 것을 놓고 시끄럽다. 이 조례안은 수성구의회, 달서구의회에 이어 대구에서만 세 차례 무산됐기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구지방의회 의원들의 닫힌 사고와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대구시의회에서 부결되는 과정도 아주 찜찜했다. 이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김혜정 시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달 20일 경제환경위원회에서 일부 수정돼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상임위원회 심의 때는 가만히 있거나 협조하는 척하다가,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자유한국당 배재훈 시의원이 반대 토론을 벌이자, 의장단은 전체 의원 간담회를 거쳐 무기명 표결을 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는 반대 21명, 찬성 6명, 기권 1명이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은 대부분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 소속 시의원 등은 찬성했다고 한다.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도 매우 드문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이중적이고 음모적인 행태가 영 마뜩잖다.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가는 욕먹을 수 있으니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유도해 부결시키는 꼼수를 쓴 것이다.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조례안은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으로 돼 있어 논란거리가 될 수준은 아니다. 만 9~24세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꾸려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하고 교육, 홍보 등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누가 봐도 보통 수준의 상식적인 조례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반대 이유로 ▷반기업'반시장 정서 유발 ▷사업자의 투자 의욕 위축 ▷사회주의적 인권 개념 주입 등을 들었다. 이 논리는 시대를 거꾸로 돌리자는 얘기와 비슷해 보인다. 지역 여론의 주도층인 시의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대구 시민까지 덩달아 손가락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의회는 정파 논리보다는 시민만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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