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도 청송은 청정자연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연을 그대로 지키고 보존했지, 이것 자산을 세계적인 인지도로 끌어올리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007년 한동수 청송군수가 재선거를 통해 청송에 온 이후 청송 자연유산에 대해 그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전국 최고의 브랜드로 꼽히는 청송사과가 당시에는 다른 시'군에 밀려 그냥 '청송에서 나는 사과(?)' 정도였다. 농업이 주였던 청송은 관광산업이나 행사'기업회의 등을 유치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인프라가 부족해 변변한 잠자리도, 수준 높은 먹을거리도 없었다. 양질의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에 행사를 유치한다고 해도 밥은 영덕에서 먹고, 잠은 안동에서 자는 식이었다. 2007년 뭔가 확실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한 군수가 나타난 것이다.
◆청송 자연유산을 국제적 브랜드로 성장시킨 한동수 청송군수
한 청송군수는 재임 10년 동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제슬로시티,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등을 통해 청송의 자연유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자신의 입신과 공적을 쌓으려고 이런 것에 치중할 수 있지만 한 군수가 자리할 당시 청송은 이런 것들을 꿈꿀 수 없었던 형편이었다. 지난달 29일 직무실에서 만난 한 군수는 자신이 부임할 당시 청송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털어놓았다.
"1986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외국 농산물에 쏟아지듯 들어왔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과일인 사과는 국내에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외국 농산물과도 경쟁이 불가피했지요. 그때부터 청송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청송은 사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사과의 입지가 곧 청송의 입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차별된 마케팅을 내세우고 홍보 타깃도 바꿔 누구보다 빨리 국내에서 청송사과의 몸값을 올려야 했습니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수도권을 청송사과 판매 주대상으로 정했다. 청계천 사과 띄우기와 유명 산'계곡'대기업 등을 찾아가는 홍보 마케팅을 이어갔다. 서울시청과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 등에는 청송사과 자판기 설치하며 먹기 전에 눈으로 관심을 끌도록 했다. 이른바 'VIP 마케팅'도 그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국내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문화인, 스포츠인 등 주요 인사들에게 홍보용 청송사과를 보내며 사과 맛을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청송사과에 대한 품평을 아끼지 않았고 그것이 입소문과 SNS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청송사과의 판매상이나 모델 등이 되고 청송사과의 가치가 함께 올라갔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5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며 현재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청송사과다.
한 군수는 객주문학관이나 청송백자, 송소고택, 야송미술관 등 현재 청송만이 가진 많은 문화관광 콘텐츠들을 좀 더 내실화하고 또 새로운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것의 하나가 바로 국제슬로시티다. 청송은 2011년 경상북도에서 최초로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받으면서 '산촌형 슬로시티'라는 독자적 브랜드를 개발하고 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 등의 개념을 정리'발전해가면서 올해 재인증까지 받아 앞으로 5년간 슬로시티 도시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또한 지역 자연자원을 잘 정비하고 대외적으로 설명'홍보를 철저히 준비한 덕에 2014년 우리나라 네 번째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더 나아가 올해 5월 대한민국에서는 두 번째, 내륙에는 유일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세계적 브랜드라는 날개를 단 청송은 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접근성도 무척 좋아졌다. 서울~청송 3시간 이내, 대구~청송 1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대명리조트가 개장하고 기존 주왕산관광호텔과 임업인종합연수원, 민예촌 등 숙박시설까지 확충되면서 관광도시로의 날개를 모두 달게 된 셈이다.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 등 상가의 매출도 이전과 비교해 30% 이상 증가했다. 나들목이 두 곳인 청송은 내리는 곳에 바로 전통 음식점이 마련돼 있어서 인근 지자체에서도 점심시간에 맞춰 식사하고 갈 정도다. 최근 모 카드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청송 주왕산 인근 음식점의 카드 매출이 지난해보다 177% 상승했다.
"청송의 미래 100년은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할 숙제"라고 강조하는 한 군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미래사회에 생존할 수 있는 뭔가를 꼭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농업이고 관광이라고 생각했고, 도심재생을 통해 정주 여건을 더욱 안정되게 마련해 더 많은 이주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남은 임기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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