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프 뮤지컬 '투란도트'
이란영표 안무 시선 강탈
박소연'정동화 선율 조화
무대 세트 제자리 아쉬워
사랑을 위해 올인하는 왕자 칼라프와 '남성 혐오증'을 가진 공주의 목숨을 건 수수께끼 대결. 투란도트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미 스토리를 관객들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교묘한 주제의 은닉이나 반전(反轉)의 재미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투란도트의 흥행 동력은 음악에 있다.
1층 뒷좌석에 앉아 초조하게 개막을 기다렸다. 장소영 음악감독의 지휘봉이 허공을 가르자 앙상블들이 튀어나왔다. 20여 명의 안무자는 격렬한 몸짓으로 오프닝 무대를 열어갔다. 첫 신(Scene)에서 관객의 시선을 빼앗으려는 앙상블과 관객들의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화려한 군무로 '이란영표 안무'엔 실패가 없다는 말이 다시 확인되었다. 이 감독의 안무는 고난도로 유명하다. 시연(試演)만 보고도 도망가는 앙상블들이 있을 정도.
전 배역의 의상을 모두 바꾼 덕에 무대도 훨씬 밝아졌다. 7년 동안 입었던 쫄쫄이와 스판덱스는 이제 소품 창고로 들어갔다.
한바탕 현란한 안무에 마음이 팔려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주의 등장을 기다렸다. 이번에 새로 추가되었다는 '숨 막혀'를 듣기 위해서였다. 1막 중반 무렵 투란도트 공주가 수수께끼 게임을 위해 등장했다. 박소연의 잔잔한 아리아는 순식간에 주위를 압도하며 무대를 평정해버렸다. 장소영 음악감독이 초반 임팩트를 위해 특별히 삽입했다는 넘버였다.
중반 이후 배역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시녀 '류' 역의 송상은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차분하고 정결한 톤으로 진정한 '헌신녀 류'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수수께끼 게임이 시작되면서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소연, 정동하가 '오직 나만이' '그 빛을 따라서'를 부를 때 객석은 선율에 빨려들었다.
박소연의 듀엣 파트너였던 정동하는 두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그 카리스마, 성량, 완숙한 연기력은 박소연의 섬세한 보이스 컬러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극을 이끌어 나갔다.
다음 무대는 더 설레고 긴장된다. '강철 성대' 신영숙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건명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이 조합은 또 한 번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달구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도 있다. 캐스팅, 의상, 넘버에서는 꾸준한 진화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지만, 무대 세트는 아직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20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투란도트의 다음 과제는 과감한 무대 세트의 혁신, 변화가 아닐까. 중반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딤프는 10일(월) 딤프 어워즈를 끝으로 폐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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