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미세먼지 측정 방식 '평균의 함정'

대경연구원 보고서 문제 제기…11곳서 모니터링한 대푯값 국지적인 변화 감지에 한계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를 매일 확인하는 이모(65'대구 달성군 가창면) 씨는 미세먼지 정보를 믿지 못할 때가 많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단계로 표시된 날에도 집 앞을 나서면 눈이 따가울 정도로 대기 질이 나쁘다는 게 느껴져서다. 이 씨는 "집 앞 큰 도로가 주말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군 단위로 발표되는 미세먼지 정보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대구 지역 미세먼지 측정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많아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미세먼지 모니터링은 일상화됐지만 정작 측정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최근 '미세먼지 대책, 과학적 모니터링이 출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구시의 11개 도시대기측정소에서 수집한 자료만으로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위험 지역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평균의 함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구는 11개 측정소에서 모니터링한 수치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대구 전체 지역에 일괄적으로 예'경보 조치를 내린다. 구'군 단위 미세먼지 농도 정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국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구'군 단위 통계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산업단지와 고속도로 인근 지역에서 생성되는 'PM10'(입자 크기가 지름 10㎛ 이하) 미세먼지는 경부고속도로와 산업단지가 인접한 북구 칠곡 주변, 연료산업단지 등 공단이 들어선 안심지역 등에서 높은 반면 대구공항 주변과 도심 지역에선 낮기 때문에 구'군 단위 미세먼지와 비교하면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월평균 미세먼지 값을 측정한 결과 같은 북구 내에서도 서쪽은 농도가 높게 나왔으나 동쪽은 낮게 측정됐다.

또 11개 측정소 값을 구'군 단위의 대푯값으로 삼기 부적절한 곳도 적지 않다. 달서구의 경우 측정소가 서쪽에 치우쳐 있어 최근 인구가 많이 유입된 동쪽 월배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달성군은 현풍면에서 측정한 값이 북쪽 하빈면과 다사읍 또는 최정산으로 고립된 가창면의 미세먼지 정보를 대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외부 유입 영향 파악도 어려워

대구에선 수도권이나 부산과 달리 외부 유입 영향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대도시 주변 시'군에 미세먼지 측정망을 조밀하게 설치해야 월경성(越境性) 미세먼지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측정망을 갖춘 수도권, 부산과 달리 대구는 인접 시'군 중 측정 지역이 경산시 한 곳뿐이다.

이 때문에 측정소 위치 조정과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풍면에만 측정소가 있는 달성군은 하빈'다사와 가창 두 지역에 측정소가 더 필요하고, 성서산단에 치우친 달서구는 월배 지역에 추가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측정소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영천시, 칠곡군, 청도군, 고령군 등지에 측정 시설을 신규로 설치하는 등 측정망을 외연적으로 확장해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미세먼지 측정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초연결 지능데이터 생태계 구축사업' 이용을 제안했다. 권용석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구는 올해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과 업무협약을 맺고 택시 40여 대에 센서를 부착해 대기환경, 생활환경, 교통상황, 유동인구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초연결 지능데이터 생태계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 사업에 미세먼지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이동식 측정 센서를 추가해 미세먼지에 대한 감시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