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A(66) 씨는 아파트 한쪽에 마련된 소형열병합발전기만 보면 속이 타들어간다. 10여 년 전 설치할 때는 난방비, 가스비, 전기료 모두 절감되는 것으로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기 때문이다. A씨는 "관리비 내역을 살펴보면 설치하기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도시공사(이하 도시공사)가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소형열병합발전시스템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발전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비용절감 효과가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도시공사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07년 총 66억원을 들여 소형열병합발전기 385㎾급 2대를 설치하고, 아파트 내부와 기계실 등에 있는 모든 배관을 천연가스용으로 전면 교체했다. 오래전 도입된 중앙집중식 기름 난방은 에너지효율이 크게 떨어져 '돈 먹는 하마'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도시공사는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시스템이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파트관리사무소를 통해 약 32% 에너지비용 감소 효과가 있으니 개별난방보다 효율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 생산량과 절감액이 주민 기대에 못 미치면서 발생했다. 2014년 도시공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열병합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전기량은 약 130만㎾h였고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은 4천여만원이었다. 이를 2천646가구로 나누면 전기 생산량은 가구당 연간 503㎾h, 절감 비용은 1만5천원이다. 절약한 에너지비용이 한 달 1천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에 연간 1천200만원 정도 유지보수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 작아진다.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숙원사업인 '개별난방'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1992년 아파트가 지어진 뒤 적립해온 장기수선충당금 42억원을 열병합발전시설 설치에 다 써버린 탓에 재원 마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도시공사는 발전량과 절감액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적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전기와 가스 단가 변화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열병합발전기는 전기 발전으로 가스 사용비를 상쇄시켜 에너지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인데 지난 10여 년간 전기 요금 인상액은 크지 않았으나 가스 요금은 급격히 올라 절감액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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