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은 고려 희종 2년이던 1206년 경주부 장산군에서 태어났다. 원효대사와 그 아들 설총과 같은 마을인 속칭 불지촌 밤골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자 어머니는 일연이 아홉 살 되던 해 전라도 해양의 무량사에 맡겼다. 무량사는 지금의 광주 무등산에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광산현 불우 조에 기록됐던 무등산 사찰 중에 지금 남은 사찰은 원효사'증심사'규봉암뿐이다. 그래서 일연이 승려의 길을 공부했던 무량사를 찾아 나섰다. 이틀을 해종일 찾아다녔지만 무량사의 흔적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일몰을 앞두고 하산하면서 '때죽나무 연리지'를 발견해 눈이 번쩍했다. 때죽나무 두 그루는 지면에서 상호 80㎝ 간격을 두고 자랐다. 한 그루는 가지를 위로, 또 한 그루는 아래로 뻗어 각각의 가지 끝이 서로 붙어버렸다. 맞붙은 지점은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지만 연리지의 전체 길이는 107㎝였다.
이곳 무등산의 식생은 달랐다. 신선대 억새평전에서 규봉암, 석불암에서 장불재, 거길 지나서도 오래된 때죽나무는 단순림에 면적도 방대했다. 때죽나무 연리지가 나타날 만하다는 얘기다.
이런 연리지는 두 나무에서 가지 끝이 맞붙은 기묘한 현상이지만 맞붙은 지점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물관을 통하여 영양분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가지끼리 연리지를 형성한 두 나무의 간격은 대체로 1m 안쪽이다. 아마도 근접한 거리에서의 가지가 연결되기 쉬운 조건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필자가 발견한 연리지도 그렇고 직접 다녀온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 '소나무 연리지'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희귀하고 기묘한 현상은 중국 '후한서'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도 기록됐다.
필자는 2004년 2월 대구 달서구의 어린이공원에서 '중국단풍나무 연리지'를 처음 발견했다. 두 가지끼리 맞붙은 지점은 묘연했지만 활처럼 휘어졌다. 연리지 길이는 그대로인데 양쪽 줄기가 굵어 좁혀졌다. 훼손을 우려해 펜스와 관람로를 설치하고 안내판도 세웠다. 한참 뒤 연리지가 사라져 깜짝 놀랐다. 공원을 뒤척이다가 모퉁이에서 찾아냈는데 윗가지를 뭉텅 잘라 버렸다. 건물을 신축하면서 옮겨 심은 것이다. 살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2005년 삼필봉에서 남녀가 사랑을 이루는 모습과 흡사한 상수리나무를 발견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가지 하나가 바람의 힘으로 옆 줄기를 부지런히 마찰시켰다. 그 자리에 껍질이 홀딱 벗겨지면서 치유물이 생성되고 목질부가 둥글게 결합함으로써 기묘한 모습을 보였다. 엄격히 말해 연리지가 아니어서 필자는 '사랑의 상수리나무'라고 명명하고 안내판을 세웠다.
2010년 눈 내린 앞산공원의 등산로 낙상사고 예방 순찰 중 용두골에서 '때죽나무 연리지'를 발견했다. 가지 끝이 옆의 줄기에 파고든 현상이었다. 지난해는 한양도성 일주 길에 정동에서 '회화나무 연리지'를 발견했다. 통 큰 가지 하나가 원형으로 줄기에 붙은 현상이었다.
함양 상림에 느티나무와 서어나무 밀착, 서울 창경궁에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밀착돼 자라는 모습을 '사랑나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근접해 자라다가 크면서 밀착된 현상이다. 결이 이어진 것과 무관하다. 느티나무와 돌배나무의 합체된 모습,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의 합체된 모습도 연리지일까, 염색체가 동일해야만 영양분을 주고받는다. 거대한 팽나무 따위 가지가 옆 가지에 엇비슷 근접해 부대끼며 자라다가 가지 표면끼리 합체된 모습도 연리지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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