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수술해도 똑같은 결과물
메스 깊이·바늘땀 수 등 규격화
모자 크기 조절 두상교정모 특허
클립 사용 코 골절 수술법 고안
최강영(49) 경북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두개골과 안면, 턱 수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7차례나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선정하는 최우수논문 발표상을 받았고,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만 30여 편에 이른다. 모두 철저하게 수술 및 임상과 관련된 논문들이다.
시스템공학자가 꿈이었던 최 교수의 연구실에는 32인치 크기의 곡면 모니터에 서버용 컴퓨터로 쓰일 만한 대형 PC가 설치돼 있다. 10테라바이트(TB) 용량의 하드디스크에는 지금까지 모아둔 환자 데이터와 연구자료, 수술 동영상 등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최 교수의 휴대전화는 골동품 취급을 받는 2G폰이다. 그는 "신중함이 병에 가깝다"고 했다. "뭔가 한 가지를 선택할 때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려요. 대신 한 번 선택하면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극복하면서 끝까지 가요. 스마트폰으로 바꾼다면 기종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정말 괴로울 거예요."
◆딱 10가지 분야에서 언제나 만점 수술할 것
최 교수에게 99점은 용납되지 않는 점수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결과가 무조건 100점이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최 교수는 딱 10가지 분야의 수술만 한다. 양악수술과 코 수술, 지방이식 등 미용수술과 구순구개열, 반안면왜소증 등 선천성기형 분야, 그리고 두개골성형과 안면외상, 외상 후유장애, 안면재건, 치조골 뼈 이식 수술을 한다. 그가 언제나 만점짜리 수술 결과를 내기 위해 선택한 건 수술법의 정례화, 표준화다. 최 교수는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병원을 떠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규격화했다. 메스를 대는 깊이부터 쓰는 실, 꿰매는 바늘땀 수까지 모두 철저하게 정해진 대로만 한다. 표준화된 수술법은 논문을 통해 활자화하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술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면서도 좋은 수술 결과를 내고, 거쳐야 할 검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치과 전문의다. 치의과대에 진학해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 수련까지 마친 뒤 다시 의과대로 편입한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악관절 교정을 받은 20대 대학생 환자가 있었는데요. 이 친구가 교정수술을 받은 뒤 코 모양이 변했다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성형외과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환자에게 불필요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최 교수가 지난 5월 특허를 받은 두상교정모를 들어 보였다. 지난 2014년 첫 특허를 받은 교정모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두상교정모는 비스듬하게 눌린 아기 머리 모양을 바로잡아 주는 헬멧이다. 개선된 교정모는 훨씬 쉽게 아이 머리에 맞춰 씌울 수 있도록 했고, 성장 과정에 따라 부모가 직접 교정모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교정모 제작 업체와 송사에 휘말리면서도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코뼈 수술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코뼈와 얼굴 뼈가 만나는 부위가 부러지면 굉장히 수술이 어렵다. 뼈가 얇고 단단해 나사가 들어가면 부러져 버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부위를 '비상악복합체'라 이름 짓고 클립을 집어서 지지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 수술법은 지난 4월 '두개악안면수술지'(Journal of Cranio-Maxillofacial Surgery)에 게재됐다. 또 사람의 뼈나 동물뼈 등 뼈 대체재에 단백질을 첨가해 생장률과 생착률을 높이는 실험도 하고 있다.
최 교수는 "자기만 하는 수술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누가 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수술 방법이 돼야 하고, 그 수술법은 논문을 통해 공유하는 게 맞아요. 그래야 다음 사람은 제가 쌓은 결과를 토대로 더 발전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우리 병원, 대구,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의학 수준이 높아져요."
사진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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