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인 이모(26) 씨는 입사 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살인적인 업무량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서였다. 이 씨는 매일 12시간 이상 일을 했지만, 끼니를 거를 정도로 밀리는 업무에 쫓겼다. 이틀에 한 번꼴로 회식 자리가 이어졌고, 휴일도 반납하고 출근하는 날도 잦았다. 이 씨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치였더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동시에 생겼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는 수개월간 친구들의 연락까지 피했다"고 했다.
적당한 업무 스트레스는 활력을 높이고 자기 계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업무량과 복잡한 대인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특히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인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나 모든 에너지를 쏟아버린 뒤 무기력증에 빠지는 '번아웃증후군'은 직장인들이 겪기 쉬운 정신 장애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눈치 보고 지나친 감정 조절에 치이는
사회초년생·서비스직군서 많이 겪어
과대해석·과소평가 등은 상황만 악화
직장 속 대인관계는 늘 어렵고 괴롭다. 더구나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회초년생이나 고객들의 불만을 자주 접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특히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은 화가 나거나 슬픈 상황에서도 웃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심리적 불안정과 감정적인 부조화 상태에 빠지고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된다. 이로 인해 심한 우울감과 함께 식욕 감퇴, 성욕 저하, 불면증을 겪거나 무력감과 회의감에 빠질 수 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영이나 조깅 등 적당하게 땀이 나는 유산소운동은 가벼운 우울증과 불면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밤잠을 설치지 않고 숙면을 취하면 스트레스 회복력도 높아진다. 단, 과음이나 흡연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스트레스에 면역력을 기르려면 우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그럴 수 없는 문제를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라면 견딜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기르는 것이 좋다. 특히 상황을 과대해석하거나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등 왜곡된 인식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타인과 갈등으로 화가 치밀 때 억지로 참거나 지나치게 화를 내는 건 좋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갈등 해소법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을 신중하고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이 문제가 함께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제인지를 따진다. 두 번째로는 자신이 화를 낼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상대방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파악한다.
김병수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센터 교수는 "상대방에게 내 입장을 얘기할 때 상대방을 비난하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자신을 주어로 심경과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면서 "마지막은 상대방에게 '앞으로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는 걸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번아웃 증후군
쉴 틈 없이 일하다 무기력증에 빠져
불안·불면증에 심하면 대인기피까지
생활습관·업무 환경 바꾸면 증상 완화
밀린 업무에 치여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과도한 업무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고 무기력증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불안증,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대인기피증 등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 두통이나 어지럼증, 눈 충혈, 안구건조증, 어깨'허리 통증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번아웃 증후군의 핵심은 모든 일에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업무에 열중하는 걸 부질없게 여기다가도, 갑자기 업무에 미친 듯이 열정을 쏟는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결국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다. 또 평소에 즐기던 취미활동이나 여가생활도 귀찮게 느껴지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번아웃 증후군은 지나치게 업무에 몰두하는 '워커홀릭'에게 나타나기 쉽다. 엔진이 과열되면 자동차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다. 긴 노동에 비해 짧은 휴식, 지나친 노동 강도 등 사회적 요인도 번아웃 증후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50시간 이상 일하면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가 악화되고 번아웃 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우선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업무는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고, 퇴근 후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짬을 내서 쉬어야 하고, 운동 등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다. 소설이나 잡지를 읽거나 명함을 정리하는 등 단순 업무도 도움이 된다.
이종훈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변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배우자나 멘토와 대화하거나 동료에게 업무적으로 조력을 받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부서나 회사를 옮기는 등 업무 환경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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