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유교 문화 네트워크 하자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북도 북부는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북부지역에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를 만한 이렇다 할 기업이 없다. 인구 유입 요소가 없다 보니 대도시가 형성되지 않았다.

예전 규모 있는 북부의 중심 도시였던 안동의 2016년 말 기준 인구는 16만여 명이다. '웅도' 경상북도의 새로운 소재지가 된 점을 고려하면 초라해 보인다. 안동과 인접한 영주시는 인구 10만여 명의 지방 소도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의성군, 예천군, 청송군, 영양군, 봉화군은 인구 1만~5만여 명의 전국적으로 낙후한 농촌 지역이다.

이런 영향으로 경상북도는 지역 균형 발전을 추구하면서 신도청을 북부 지역으로 옮겼다. 새로 보금자리를 튼 경북도는 신도청 일대에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의욕적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반도 허리 경제권 구축을 위한 전략사업이다. 한반도 허리 경제권이란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경북'충북'충남'강원'대전'세종'전북 등 7개 시도를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경북도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이 개념을 정립하고 2016년 7개 광역 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중부권 정책협의회를 출범시키는 등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대다수 사업이 도로'철도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반도 교육문화 재창조 프로젝트와 같은 소프트웨어도 눈에 띈다. 이 사업은 경북 북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한 유교문화 자산을 특화해 교육, 관광 자원으로 삼는 것이다.

북부지역에는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유교 문화 자원과 시설이 넘쳐난다. 안동에는 도산서원, 하회마을, 한국국학진흥원,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유교랜드 등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유교 문화 자원과 교육 시설을 두고 있다. 양반과 선비 문화를 두고 안동과 품격을 다투는 영주에는 소수서원과 선비문화수련원이 있다. 이들 지역을 비롯해 의성과 청송, 봉화 등에는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고택이 즐비하다. 여기에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등 빼어난 불교 문화유산을 가미하면 북부지역은 전국 최고의 문화 관광지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부지역의 문화 자산은 제각각이다. 시'군과 해당 기관'단체들이 각기 관광객 유치를 놓고 경쟁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산발적이고 중복되는 소모적인 행사로 말미암아 북부지역이 지닌 문화 자산은 제 값어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화 자산을 네트워크 하면 엄청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 주제별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삼았으면 한다. 오늘날 남녀노소 구분없이 늘어나는 사회 전 분야의 일탈 행동을 줄이려면, 예전 우리 선조가 실천한 정신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그 토대가 경북 북부지역에 있다.

문화유산을 성공적인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게 한 선례는 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대구 중구청은 대구시 중구 도심의 우리나라 근대 문화유산을 투어로 만들어 지역의 어린이'청소년들을 교육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투어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대구를 새롭게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근대 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 살린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경북도와 북부지역 자치단체는 지금 어디에서 지역 발전 방안을 찾고 있는가. 우리 지역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경북도는 이미 한국 정신문화 중심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을 잘 활용하자. 전 세계적으로 조상을 팔아 먹고사는 도시들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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